서울대, 수시 5개월 앞두고 “내신 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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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올해 고3이 치를 2012학년도 대입에서 고교 학교생활기록부(내신) 성적 반영 방법을 바꾸고 수능 성적 비중을 높여 논란이 일고 있다. 수시 입시를 5개월여 앞두고 구체적인 내신 반영 방법을 공개하자 특수목적고 학생만 유리해질 것이라며 일반고 학생과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는 최근 모든 교과목 성적을 반영했던 내신 반영 방법을 올해부터는 일부 과목으로 줄이는 내용의 ‘2012학년도 입학전형’을 발표했다. 정시모집에선 내신성적의 반영 비율을 50%(2011학년도)에서 올해 40%로 줄이고 수능은 20%에서 30%로 높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서울대는 지난해 11월에도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입시전형을 공개했다. 당시 구체적인 전형 방법을 밝히지 않았던 서울대가 4개월 후인 이달 26일 학부모·교사 대상 입시설명회에서 이를 상세히 소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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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형안에 따르면 서울대는 고교에서 이수한 교과목 중 석차등급이 우수하고 수업시간이 많은 과목의 성적을 우선 반영키로 했다. 예를 들어 서울대가 20시간(단위)만 반영한다고 발표한 국어는 고교 3년간 배운 국어, 작문, 문학, 독서, 문법, 매체언어 등 다양한 과목들 중에 성적이 좋은 4개 과목만 반영된다. 결과적으로 수업시간이 적은 과목은 성적이 나빠도 서울대에 지원하는 데 별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교에서 이뤄지는 수업의 30% 정도는 서울대 입시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됐다. 이 같은 반영 방법은 수시(8월)와 정시(12월)에 모두 적용된다.

 특히 전공 관련 전문교과를 배우는 특목고와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권이 있는 자율형 공·사립고는 일반고 학생들보다 서울대 입시에 반영되는 교과목 수가 적다.

 이에 따라 올해 서울대 입시에서는 특목고·자율고 학생이나 재수생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자율고 교사는 “우수 학생이 많아 내신경쟁이 치열한데 (서울대가) 반영 교과에 제한을 두니 학생들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서울대가 수능 성적이 우수한 특목고생을 많이 뽑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서울대마저 갈수록 수능 성적의 영향력을 키워 재수생이나 특목고생을 많이 뽑으려 하는 것 같다”며 “일반고생은 서울대에 가기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김경범 교수는 “특목고 학생들이 더 점수를 얻을 수 있었던 심화교과에 대한 가중치가 없어졌고 모든 학생의 내신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특목고생이 더 유리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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