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자동차 회사가 컨설팅 사업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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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나이토 겐지
한국닛산 대표

자동차산업은 제조업을 대표하는 간판 업종이다. 2만 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부품 업체가 연계돼 있다. 이를 조합해 최상의 차량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여기서 수익을 거두는 것이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자동차 회사의 모습이다.

 물론 현재도 자동차 회사의 기본 골격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몇몇 자동차 회사에서는 기존과는 다르지만 회사의 특성을 찾아내 창조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행하고 있다. 바로 특허 라이선스, 그리고 컨설팅 업무다. 두 분야에서 자동차 회사가 새로운 영역의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것은 자동차 회사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먼저 특허 라이선스 부분을 살펴보자. 최근의 자동차 업계 트렌드를 보면 움직이고, 정지하는 자동차 본연의 기능 이외의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경쟁 회사와 차별화를 이뤄내야 한다.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소비자들을 자동차 매장으로 이끌어 낼 수 없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각 자동차 회사 기술진도 엔진·브레이크와 같은 주요 부품뿐 아니라 디자인, 편의장치, 내부 공간 활용을 위한 새로운 특허 기술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처럼 편의장치와 관련된 새로운 부가적인 특허 기술은 자동차 이외에 다른 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인피니티 전 차종에 적용돼 있는 ‘스크래치 실드(Scratch Shield)’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차량 표면에 도장된 페인트에 젤 타입의 부드러운 코팅막을 입힌다. 그런데 만약 상처가 날 경우 그 부분에는 신축성 있는 합성수지 페인트가 자동으로 덮여 복원이 된다. 덕분에 차량 표면의 흠을 줄여 운전자의 고민을 덜어주는 기술이다. 닛산은 이 기술을 일본의 대표적 이동통신 기업인 NTT 도코모와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

 특허 라이선스보다 더 흥미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컨설팅 분야다. 자동차산업의 역사는 1901년 미국 올즈모빌(Oldsmobile)이 세계 최초로 대량생산 조립 라인을 설립한 이래로 생산공정의 효율성과 원가 절감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몇몇 자동차 회사는 생산의 효율성과 원가 절감에서 얻은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른 회사를 컨설팅하는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실제 자동차 회사의 노하우는 오랜 시간에 걸쳐 시행착오와 실패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컨설팅 업체와는 다르게 당장 실행 가능하면서도 현실적인 타개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받고 있다. 예컨대 제조업체의 자동화 기계의 높이를 조정하거나 작은 부품을 교체해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는 것, 그리고 제조 공정에서 작업자 동선의 흐름이 겹치는 점을 파악해 자재가 놓여 있는 선반의 위치를 바꿔서 물류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컨설팅 업무는 자동차 회사만큼 잘할 수 있는 회사도 없기 때문이다.

 특허 라이선스와 컨설팅처럼 부가적인 비즈니스가 자동차 회사의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까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수익 이외에 다른 강점들이 있어 이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우선 다른 산업과의 교류를 확대할 수 있다. 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무형자산을 활용해 나온 수익이라 큰 어려움 없이 다시 해당 부서에서 재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바로 새로운 기술개발의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 꼭 개별 회사의 수익만 생각할 게 아니다. 공익 차원에서 오랜 기간 쌓아놓은 노하우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국가와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거대한 자동차 회사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경험을 다른 업종과의 공유를 통해 최종 소비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자동차 회사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업무라고 생각한다.

나이토 겐지 한국닛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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