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 빅 매치, 이세돌 vs 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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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8강전>
○·구리 9단 ●·이세돌 9단

제1보(1~15)=동양사회에선 ‘나이’라는 게 중요하다.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은 1983년생 동갑인데 그게 라이벌 의식을 더욱 자극한다. 중국 1위였고 한때 세계 1위로 거론됐던 구리가 중국 4위까지 떨어졌다. 한국 1위 이세돌은 1년 넘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쿵제 9단이 쇠퇴의 기미를 보이는 지금 비공식적으로는 세계 1위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두 기사는 상대의 우위를 인정할 수 없는 사이다. 이 대국 전까지 상대전적은 10승10패(남방장성배를 포함하면 이세돌이 11승10패로 우세). 상황은 두 사람이 최고의 맞수임을 보여준다. 수많은 카메라가 이 판 주위에 포진해 있다. 긴장감이 검은 폭풍처럼 몰려온다. 돌을 가려 이세돌의 흑. 잠시의 침묵 후 우상 화점에 흑1이 떨어지고 카메라 플래시가 잇따라 터진다. 8강전 최고의 빅 매치가 시작된 것이다.

 구리 9단의 백6이 독특하다. 기분 전환이랄까. 상대가 중국식 포진을 차릴 기미를 보이자 슬쩍 비틀어 봤다. 7은 이세돌다운 실리 취향. 여기서 백이 ‘참고도 1’처럼 두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8로 붙인 것은 ‘참고도 2’를 원한 것이고 흑 또한 상대의 의도를 거슬러 15까지 뒀다. 6의 한 점이 어찌 처리 되느냐. 그게 초반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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