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르헨티나 축구의 젊은 영웅이 한국인? 누구인가 알고 보니

중앙일보

입력

아르헨티나 최대 언론이 태극전사 김귀현(21·벨레스 사르스필드)을 대서특필했다. 김귀현은 23세 이하 한국대표팀의 일원으로 28일 중국을 상대로 한 평가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는 1 대 0 한국의 승리.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김귀현은 전반 13분 김동섭의 선제골을 도왔다.

아르헨티나 최대 일간지 '끌라린(Clarin)'은 28일자 신문에서 김귀현이 아르헨티나에 오게 된 계기, 굴곡진 인생사 등을 상세히 전했다.

우선 프로축구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열두 살 어린 나이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왔던 이야기부터 풀어냈다.

1990년 1월 4일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도에서 태어난 김귀현은 운동장에서 공 차며 뛰노는 것을 좋아했던 어린이였다. 남해 유소년 축구 클럽에 소속된 시절, 당시 감독이었던 아르헨티나인 아르만도 마르티네스씨의 권유로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축구 유학을 왔다. 마르티네스씨는 김귀현에게 리버 플레이트 입단 테스트에 응시하라고 제안했다. 소년 김귀현은 스승의 뜻을 의심하지 않았고 이내 도전을 마음먹었다.

김귀현은 끌라린과의 인터뷰에서 낯선 이국 땅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스페인어, (처음엔) 단어 하나도 몰랐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에 오는 것 자체가 내 마음을 참 착잡하게 했다. 30시간에 가까운 비행도 그렇고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 것도 그랬다"며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멀리에 있다는 것만 알았지 그 정도로 멀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정말 다른 생활, 다른 문화에 맞닥뜨려야만 했다”고 했다.

마르티네스 코치와 그의 아내는 김귀현이 아르헨티나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왔다고 한다. 김귀현은 “벨레스 구단은 모든 면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해줬다. 아르헨티나 거주에 필요한 문서 처리 같은 문제들을 연기할 수 있도록 알아봐줬고 까를로스 아모데오 코치도 나를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선생님과 함께 정규훈련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어는 그에게 가장 큰 문제였다. 아르헨티나로 오자마자 개인 교습을 시작했다. 기초적인 단어부터 시작해 하루 하루 실력을 키워나갔다. 지금 김귀현은 현지인과 비슷한 억양을 구사한다. 그는 “나쁜 표현들은 거의 동료들이 가르쳐줬다"고 웃었다.

김귀현은 현지에서 ‘끌라우디우’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아르헨티나 유명 축구선수인 끌라우디오 로페스와 김귀현의 이름을 조합한 것으로 보인다. 김귀현은 현지에서 경기를 굳건하게 제어, 조율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로 평가되고 있다. 친근하고 외향적인 성격까지 가지고 있어 팀 동료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

끌라린은 김귀현이 아르헨티나식 스테이크인 '아사도'를 좋아하고 '뿌에르또 마데로'를 산책하기에 가장 좋은 지역으로 꼽을 만큼 '현지화'돼 있다고 전했다.

23세 이하 한국 대표팀에 선발됐다는 소식을 홍명보 감독으로부터 직접 전화로 연락받은 그는 “처음에는 누가 장난을 친 거라고 생각했다. 아르헨티나 선수가 마라도나에게 호출되는 것처럼 엄청난 일이었다. 전혀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고 끌라린은 전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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