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동상 ‘박정희=김일성’ 논란에 작가 입 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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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경북 구미시 상모동 생가 인근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세워진다. 새마을운동중앙회 구미시지회 등 구미지역 25개 사회단체로 꾸려진 ‘박정희 대통령 동상건립추진위원회’가 최근 공모를 통해 김영원(63) 작가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그런데 북한 평양의 만수대 김일성 동상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두 동상 모두 손을 뻗어 하늘을 가리키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코트를 착용했다. 언뜻 보면 동일한 컨셉트로 보여질 수 있다.

김씨는 홍익대 미술대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과 서울 장충로의 3ㆍ1독립 기념탑 등을 만들었다. 네티즌은 “조각계의 획을 긋는 분이 왜 논란의 중심에 섰을까” 궁금해하고 있다.

◇동상에 담긴 뜻은=김 교수는 지난 달 동상건립 계획안를 추진위에 제출했다. 작품명은 ‘중단 없는 전진-선진 조국을 위하여’다. 계획안에 따르면 지름 16m, 높이 2.7m의 둥근 좌대 위에 8m 높이의 박정희 전체 상이 서있는 형태다. 좌대는 화강석ㆍ마천석 등의 재료로 만들어진다. 김 교수는 동상 컨셉트에 대해 “▶민족이 나아갈 방향 ▶역사의 중심에 서서 민족 중흥을 위해 중단 없는 전진 ▶민족의 번영을 위해 국가가 나아가야 할 길 ▶과거 역사 속 인물이 아니라 미래에도 살아 숨 쉬는 역동적 지도자의 이미지를 강조해 밑그림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주변 조형물은 5000년 동안 이어온 가난의 쇠사슬을 끊고 부국의 열쇠를 열었다는 내용을 형상화했다. 시대별 기록이 18각으로, 주요사업 기록은 8각 비석형태의 돌에 새겨져 있다.

◇“김구·김대중 동상도 손을 쳐들었는데 김일성과 같나?”=일부 언론은 25일 ‘박정희=김일성, 동상이 같다’는 논란을 김 교수의 반론없이 그대로 실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취지와 다르게 뜻을 왜곡한 무책임한 사람들이다.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산 백범광장에 있는 김구 선생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상을 보았나. 그 손도 하늘로 치켜든 모습인데 이것 역시 김일성 동상과 같다고 말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지도자의 전신상을 제작할 때는 희망을 제시하는 듯하게, 손을 어깨 높이보다 위로 든 모습으로 만든다”며 “박 전 대통령 동상 역시 미래지향적인 인물임을 표현하기 위해 검지로 목표를 향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 제기한 ‘긴 코트가 비슷하다’는 부분에 대해선 “동상 내부 트러스 구조 때문에 전신상은 재킷을 짧게 하면 보기가 안좋다. 전체적인 비율을 봤을때 하체가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동상의 경우 양복 재킷만 입었는데 이는 한쪽 손에 쥔 지팡이가 시선을 분산시키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두 동상 모두 권위적인 모습’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반감을 표시했다. 그는 “김일성의 경우 양 발을 나란히 한 후 한 손은 뒷짐지고 있다. 얼굴과 시선은 윗 쪽을 향해 지배하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동상의 경우 ‘민족 중흥’이라고 써진 책을 옆구리에 끼고 진취적인 걸음걸이를 하고 있다. 얼굴도 정면을 응시해 지도자로서의 당당함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계획안은 여러 자문위원들과 재논의를 거쳐 보완한 뒤 4월 중순 확정된다. 추진위는 10월까지 국민성금으로 모은 6억원으로 동상을, 도ㆍ시비 6억원으로 동상 주변 조형물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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