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총리, 미생물로 원전 방사능 정화해봅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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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태가 보름 이상 계속되면서 일본 국내외 전문가들이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이상희(73·사진) 국립과천과학관장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22일 서울 주재 일본 대사관을 통해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 “미생물을 이용해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물질을 정화시키자”는 내용이었다. 일본 다카시마(高嶋) 개발공학연구소의 다카시마 야스히데(高嶋康豪) 박사가 개발한 복합발효공법(EMBC-FT)을 추천했다. 28일 이 관장을 전화 인터뷰했다.

-다카시마 박사와의 인연은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가 부산이었다. 낙동강 인근 염색공장들의 오·폐수 처리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다카시마 박사가 미생물을 이용해 산업폐기물을 분해·처리하는 방법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일본으로 찾아가 처음 만났다. 이후 교류를 계속 해왔다. 다카시마 박사를 한국으로 초청해 국회 등에서 강연하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미생물로 방사성 물질도 분해할 수 있나

 “다카시마 박사가 2001년 대만 원자능위원회 핵능연구소에서 발표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에 포함된 세슘이 40% 이상 소멸됐다. 당시 현장을 방문해 대만 전문가들과 함께 다카시마 박사가 정화시킨 물을 직접 마셔보기도 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선 훨씬 높은 수준의 방사성 물질이 나오고 있다

 “이론적으론 고준위 방사성 물질도 처리가 가능하다. 저준위 폐기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밖에 없는 것은 다카시마 박사가 개인 차원에서 연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고준위 방사성 물질을 다룰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것이다. 차제에 일본 정부가 지원을 해준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다카시마 박사의 창조적인 방법을 과감히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연구비 지원도 검토 중이라 고 들었다

 “과천과학관에서 일본 재해 성금으로 1000만원을 모았다. 이 돈을 다카시마 박사의 세슘 제거 기술 연구비로 지원할 예정이다. 대한변리사회 성금(2000만~3000만원 예상)도 지원할 생각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도 일부 금액을 지원하겠다고 결정했다”

 이 관장은 약학 박사 출신이다. 과학기술처 장관과 국회의원(4선)을 거쳐 현재 과천과학관장 겸 대한변리사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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