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대호 “넘겨보고 싶다, 50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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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올해로 출범 30주년을 맞은 프로야구가 4월 2일 막을 올린다. 정규시즌 시작을 나흘 앞두고 8년 만의 한 시즌 50홈런 타자 탄생 가능성이 팬들을 설레게 한다. 가장 앞서 있는 후보는 지난해 타격 7관왕 이대호(29·롯데)다.

 이대호는 27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팀 출정식에서 처음으로 ‘50홈런’을 입 밖으로 꺼냈다. 한 팬이 홈런 목표를 묻자 이대호는 “지난 시즌(44개)보다는 많이 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50개도 넘겨보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대호는 지난해 아홉 경기 연속 홈런을 치면서 44개의 홈런을 기록하고도 50홈런은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했으나 정작 본인은 “홈런보다는 타점에 주력하겠다”며 욕심을 내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29년 동안 한 시즌 50홈런 이상을 친 선수는 단 두 명밖에 없었다. 이승엽(35·오릭스)이 삼성에서 뛰던 1999년(54개)과 2003년(56개) 두 차례 기록했고, 심정수(36·은퇴)가 2003년 53개를 때렸을 뿐이다. 한 시즌 홈런 50개를 넘기려면 2.66경기당 한 개씩 쳐야 한다. 홈런만 노리고 다른 기록은 사실상 포기해야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승엽은 50홈런을 친 두 시즌 모두 타율은 10위 안에도 못 들었다.


 그러나 이대호는 지난해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전천후 타자다. 타격의 정확도와 파워, 클러치 능력을 모두 갖췄다. 반면 이대호가 넘어서야 할 장애물도 있다. 지난 시즌 막판에 다친 오른 발목에 대한 부담과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다. 또 프로 데뷔 후 첫 우승 꿈을 이루려면 홈런 욕심만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50홈런에 도전하는 데 유리한 조건은 마련됐다. 강력한 홈런왕 경쟁자 김상현(31·KIA)의 재기다. 2009년 36개로 홈런왕에 올랐던 김상현은 지난해 무릎과 발목을 다쳐 시즌 중반 이후 레이스에서 이탈했다. 그러나 올해는 부상이 완쾌됐고 수비 부담이 적은 외야수로 전향한 만큼 이대호와 치열한 홈런 대결이 예상된다. 2003년 이승엽과 심정수도 서로 뜨겁게 경쟁한 덕분에 나란히 50홈런을 넘어설 수 있었다.

 김상현과 이대호는 27일 끝난 시범경기에서 나란히 홈런 두 방씩(김상현은 승부치기 1개 포함)을 터뜨리며 예열을 마쳤다. 김상현은 “이대호를 이기려면 홈런 50개를 쳐야 하지 않겠나”고 선전포고를 하며 이대호를 자극했다. 이에 맞서 이대호도 “나보다 홈런을 많이 칠 것 같은 선수가 있다면 김상현 선배”라며 경계했다.

 팀 동료 홍성흔의 존재도 이대호의 도전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지난 시즌 막판까지 타격 각 부문에서 이대호의 경쟁상대가 돼줬던 홍성흔은 올 시범경기에서도 타율(0.514)과 타점(11개) 등에서 1위에 오르며 활약을 예고했다. 홍성흔의 대포가 살아나면 이대호에게는 팀내 라이벌 효과와 함께 상대 투수의 견제 분산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밖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55홈런을 친 삼성의 새 외국인 타자 라이언 가코와 지난해 홈런 32개를 때린 최진행(한화), 2009년 33홈런의 최희섭(KIA)도 홈런왕을 노려볼 만한 타자로 평가된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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