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 쌀 없다면 군량미 헌납운동 하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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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계식량기구(WFP)가 최근 실시한 북한 식량 실태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한국과 미국·일본 및 서방 국가들은 북한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27일 전했다. WFP는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북한 내 수십 개 군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를 지난주 이들 관련 국가에 브리핑했다.

 이 관계자는 “WFP는 북한의 식량 배급량이 전보다 줄어들었다는 점, 옥수수·감자 생산량이 전년보다 감소했다는 점 등을 들어 식량 상황이 나빠졌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 당국은 (식량 상황이 어려운 것처럼 보이려고) 일부러 배급량을 줄였을 가능성이 크며,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 등을 통해 식량을 마련하기도 해 배급량이 감소했다는 것만으론 식량사정이 나빠졌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옥수수·감자는 북한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10% 선에 불과해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북한이 WFP에 보고한 쌀 도정률(깎여서 남은 비율)이 65%에 달한 점도 논란이 됐다”며 “도정률을 10%포인트만 올렸어도 40만t의 식량을 추가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WFP는 북한이 요즘 전국적으로 ‘군량미 헌납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했다”며 “정말 북한의 식량 사정이 절박하다면 군량미 헌납운동을 벌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브리핑을 들은 각국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심각하게 굶주린다고 보기 어렵다’ ‘북한의 식량지원 요구는 황당하다. 굶주림 때문이 아니라 강성대국 축제용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영유아·임산부 민간 차원 지원 허용”=정부가 남측 민간단체들에 의한 북한 영·유아 등 취약 계층 지원을 곧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분유와 이유식·항생제 등 지원은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따른 5·24 대북지원·교류 금지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뤄졌다. 하지만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로 보류됐다. 정부는 이번 지원 재개 시에도 영·유아와 임산부 등 취약계층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품목도 이들에게 필요한 것으로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통일부는 반출 승인을 받았다가 연평도 포격 도발로 대북 수송이 보류됐던 밀가루·의약품·분유 등 15개 지원사업을 우선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 차원의 인도적 지원이나 쌀·옥수수 등 대규모 지원은 아직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강찬호·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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