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우리 아이, 담임 선생님 사랑 받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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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부모는 아이가 교사에게 사랑받기를 바란다. 저학년일수록 교사와의 친밀도가 학교 생활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교사가 애정을 갖는 아이는 적응도 잘하고 성적도 우수한 경우가 많다. 이렇게 교사에게 사랑받는 아이를 만드는 첫 걸음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알림장 체크해 준비물 넉넉히

경기도 고양 풍산초 김범준 교사는 “준비물을 잘 챙겨줄 것”을 강조했다. 부모의 관심이 아이의 흥미를 유발해 수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워킹맘인 이지희(37·여·경기도 안양시 석수동)씨는 아무리 바빠도 하루한 번 아들 학급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혹시 빠뜨리는 준비물이 있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일 때문에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아들과 통화해 알림장 내용을 전달받는다. 숙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준비물은 퇴근길에 구매하기 위해서다. 그 덕분에 아들은 담임교사에게 ‘준비성이 좋은 아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김 교사는 “비용 부담이 적거나, 집에 여유분이 있는 준비물이라면 친구 몫까지 넉넉히 챙겨 보내라”고 조언했다. 초등학교 준비물은 문구점에서 파는 것뿐 아니라 요구르트병·신문·종이상자·스티로폼같은 재활용 물건이 많다. 주변에 항상 있다고 느껴지지만 막상 찾으면 없는 경우가 많은 물품들이다. 준비물을 빠뜨리는 아이는 한 반에 1~2명씩 꼭 있게 마련이다. 학교에서 구하기 어려운 준비물이면 교사도 난처해진다. 이럴 때 준비물을 넉넉히 챙겨온 아이가 못 챙겨온 아이에게 함께 사용하자고 얘기하면 교사는 대견해 하게 된다. 김 교사는 “준비물을 챙겨준 어머니의 마음 씀씀이에 아이까지 예쁘게 보인다”고 말했다.

수업 흥미 유발하는 질문 준비

선행학습 여부와 관계 없이 수업시간에 교사와 눈을 마주치며 집중하는 학생들이 있다. 교사의 행동 하나하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수학시간에 막히는 문제가 나와도 스스로 답을 구하려고 애쓴다. 이런 아이들은 문제를 읽기도 전에 “모르겠다”고 버릇처럼 얘기하는 아이들과 확실히 구분된다. 교사의 마음이 쏠리기 마련이다. 수업내용을 정확히 이해한 후 제대로 된 질문을 하는 학생도 눈에 띈다. ‘지구와 달’에 대해 배울 때 “달은 왜 모양이 바뀌나요?”라고 물으면 다른 아이들도 호기심을 갖고 수업에 집중한다. 흥미를 유발시키는 교사의 역할을 대신 도와주는 셈이다.

집에서 예습할 때 부모가 “다음 시간에는 식물의 구조에 대해서 배우는구나. 식물은 뭐로 구성돼 있을까?”라고 물은 뒤 아이의 궁금증을 유발해 보자.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답이 궁금해 학교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렇게 되면 교사 눈에 띌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모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도와주면 독립심을 키우는 데 방해될 수 있다. 과제를 도와줄 때 아이가 스스로 해본 뒤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스스로 해결하면서 창의력을 키울 수 있어서다. 인천 마장초 송인하 교사는 “부모에게만 의지하는 아이들은 생각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움직이는 장난감을 가져오는 과제가 있었어요. 부모가 챙겨주는 아이는 대부분 자동차·헬리콥터 등을 챙겨왔죠. 반면 스스로 과제를 해결한 학생은 바람개비를 가져왔어요. 저도 예상하지 못한 창의적인 생각이었죠.”

교사와 친해지면 아이 자신감 상승

김은영(41·여·서울 성북구 길음동)씨는 첫 아들 태영이가 1학년 때는 2주에 한 번씩 학교에 가서 반청소를 도왔다. 워킹맘이라 처음에는 학부모 총회도 참석하지 못했다. 학기 중간에 담임교사 연락을 받고 학교에 갔다가 엄마들이 급식·청소 등의 일을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돕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김씨는 당시 담임교사에게 “엄마가 학교에 찾아오면 아이가 자랑스러워하고 자신감을 갖는다”는 말을 듣고 2주에 한 번씩 학교에 갔다. 이후 담임교사에게 서 “어머니가 학교에 오면서부터 태영이가 수업에 집중도 잘하고, 발표력도 향상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부모가 학교 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분야는 청소 외에도 많다. 학교별로 차이가 있지만 학부모회, 학교 운영위원회, 학부모 봉사단체, 녹색어머니회, 안전 도우미처럼 다양하다. 학교생활에 자주 참여하는 부모들은 서로 친해질 수밖에 없다. 교사와도 자연스레 가까워진다. 아이 학교 생활에 대한 얘기도 자세히 들을 수 있어 자녀의 문제점도 알기 쉽다.

김씨는 “아이가 뒷정리를 안 해서 지적을 당한 적이 있는데, 학교에 자주 안 찾아갔으면 몰랐을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에서 학교 일을 돕는 것이 좋다. 김교사는 “너무 자주 찾아오면 교사도 부담스럽다”며 “학부모 총회는 참여하고, 일 년에 몇 번쯤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녹색어머니회 활동하는 정도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경기도 고양 풍산초 김범준(왼쪽) 교사가 ‘대답을 잘했다’고 학급회장 박현소리(11)양을 칭찬하고 있다. 김 교사는 “선생님에게 사랑 받는 아이는준비물도 잘 챙겨오고, 학습 분위기를 즐겁게 만든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skymini1710@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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