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낙방→일반고 조기졸업→POSTECH 합격 전교식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과학고를 탈락하고 한때 방황했다. 그러다 과학고에 진학한 친구를 만나 대학 진학 계획을 듣고 자극 받아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조기졸업과 함께 POSTECH 합격을 이뤄냈다. 인천 송도고를 2년 만에 조기졸업하고 POSTECH에서 물리학자의 꿈을 펼쳐가고 있는 전교식(17)군을 만났다.

 “전군은 뭐든지 새로운 것에 대해 겁 없이 도전해왔고 성취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고교 1학년 때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2학년때 성적이 최상위권으로 뛰어 올랐더군요. POSTECH을 목표로 삼고 공부를 새롭게 시작한 후 이룬 성취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좋은 점수를 얻을 수밖에요.”

 POSTECH 입학사정관실 손성익 실장은 전군을 ‘도전정신이 강한 학생’으로 기억했다. 전군의 서류를 직접 검토했다는 손 실장은“목표가 생기고부터 집중력이 폭발한 경우”라며 “전군의 도전정신과 성취욕이 높게 평가됐다”고 말했다.

 전군은 사실 고교 입학 전부터 POSTECH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과학고에 진학하려 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과학고 입학전형에서 탈락하면서 그 꿈이 산산조각 났다.

 “방황을 했었죠. 그러다 1학년 1학기말에 우연히 과학고에 다니는 친구를 만났어요. 그 학교는 대부분 2년 만에 졸업하고 서울대나 KAIST, POSTECH을 간다는 겁니다. 중학교때는 성적도 나랑 비슷한 친구들이었는데….‘나는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그 맘 때쯤 POSTECH 입학사정관 설명회에 참석했죠. 잊고 있던 꿈에 다시 도전해 꼭 이루고 말겠다는 오기가 생겼어요.”

 당시 전군은 과학 실력을 인정 받아 인천시교육청이 주관하는 영재학급에 참여하고 있었다. 지역별로 4~5개 학교를 묶어 그 중 한 곳에 거점을 만들어 30여 명 규모로 운영하는 방과후 영재특별반이었다. 이 영재학급에서 진행 중인 리더십 프로그램을 POSTECH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 한 학기에 한 번씩 입학사정관들이 직접 방문해 학교를 설명하고 전형 대비법을 안내하는 과정이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전군은 ‘자기소개서를 양식에 맞춰 미리 써보라’는 충고를 들었다. 입학사정관제는 자신의 목표에 맞게 일관된 활동 경력과 노력치를 보여줘야 한다. 장시간에 걸친 경험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주먹구구식으로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전군은 POSTECH 합격 프로젝트라는 로드맵을 그렸다. 조기졸업에 대한 목표도 이 때 확고해졌다.

나만의 공부 스타일 찾는 일이 급선무

 “나를 돌아봤더니 정말 한심하더라고요. 내신 관리도 엉망인데다 공부 습관도 잡히지 않았어요. 영재학급 말고는 딱히 입학사정관들에게 내세울만한 경력도 없었어요. 이 때부터 각종 대회에 닥치는 대로 참가하기 시작했죠. 목표가 생기니 공부도 잘 되더군요.”

 1학년 내신 성적은 수학·과학 1등급을 제외하고 모두 2~4등급 사이를 오갔다. 이것마저 2학기에 마음먹고 공부를 시작한 후 오른 성적이었다. 그러나 공부에 집중하면서 2학년 1학기 때는 전과목 1등급으로 전교 1등을 했다.

 전군은 ‘감에 따라 공부하는’ 스타일이다. 매일 몸 컨디션이나 주변 상황에 따라 공부가 잘될 것 같거나 그 반대의 예감이 든다는 것이다. 잘될 것 같지 않는 시간엔 공부하지 않고 좋아하는 농구·야구를 하거나 잠을 잔다. 반대로 잘될 것 같은 날엔 오전 2시까지 공부했다. 과목은 수학에 집중했다. 다른 과목은 학교 수업에 충실히 따라가는 정도였다. POSTECH 입학사정관제는 철저히 내신성적이 기본이었기 때문이다. 교사들과 친해진 것도 성적 상승의 요인이었다.

 “화학과목 양현우 선생님께서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양 선생님 말씀 덕에 수업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가볍게 흘리는 말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죠. 내신 시험준비도 남들보다 2주 정도 일찍시작했어요. 거의 한 달을 시험에 대비해 공부하니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각종 경시대회, 발표대회에도 참가해 수상기록을 쌓아나갔다. 2학년 때 인천시에서 주최하는 학생과학실험대회에 학교 대표로 참가해 전체 2등을 했다. 영재학급에서 학기당 1회 실시하는 창의적산출물 발표대회에서는 친구들과 조를 이뤄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교내 수학·과학 경시대회 금상 수상기록도 추가했다. POSTECH 수학경시대회에도 참가했지만 수상은 못했다.

 1학년 겨울방학 때 학교에서 실시한 이공계대탐험에 참가해 POSTECH을 방문한 것도 크게 도움됐다. 이후 인천시각장애인복지회관에서 꾸준한 봉사활동까지 곁들여 꿈에 그리던 POSTECH에 합격했다.

 “가고 싶은 학교에 한 번쯤 방문해 선배들과 얘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아요. 입학사정관이 ‘자신이 목표한 대학에 방문해 어떤 경험을 했느냐도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하더라고요. 한 번의 좌절이 저를 더욱 강하게 만든 것 처럼 자신을 긍정하고 믿어보세요. 조기졸업이나 대학 진학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자기 공부 스타일만 빨리 찾는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닙니다.”

일반고 조기졸업 규정=KAIST나 POSTECH은 조기졸업 대상자의 경우 2학년 1학기 내신성적까지만 적용해 평가한다. 조기졸업을 하려면 3학년 전 과정 내신성적이 필요하지만, 다음과 같이 대체할 수 있다.
- 3학년 내신은 보통 1학기 중간·기말고사, 2학기 중간고사를 과목별 리포트로 대체.
- 3학년 2학기 기말고사는 조기졸업 대상자가 3학년과 같은 날 같은 시험을 치른다.
- 3학년 내신성적 중 한 과목이라도 60점 미만이거나 학교장이 거부하면 조기졸업을 할 수 없다.

[사진설명] 전교식군은 인천 송도고를 2년 만에 조기졸업하고 POSTECH에 합격했다.

<포항=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사진="김경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