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혜산의대 화재…소방차 기름 빼돌려 불 못꺼

중앙일보

입력

21일과 22일 양일간 양강도와 함경북도에서 화재사고와 붕괴사고가 잇따라 일어나 막대한 인명ㆍ재산피해가 발생했다고 북한정보전략서비스센터(NKSIS)가 27일 보도했다. 두 사건 모두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 사고였다. NKSIS에 따르면 22일 오후 9시, 양강도 혜산시에 있는 혜산의대에서 큰 화재가 났다. 불은 건물 4층 1학부(임상학부)에서 발화돼 주변으로 삽시간에 번졌다.

학생과 인근 주민들의 협력으로 한 시간여 만에 불길은 진압됐지만 교내 시설과 실험실 등이 대부분 불타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피해가 커진 것은 혜산시 보안서 산하 소방대가 제때 화재 진압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소식통은 “소방차가 동원되지 못한 이유는 이를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기름을 소방대원들이 시장에 팔아 먹었기 때문”이라며 “북한 소방대는 화재가 났을 때 현금을 주지 않으면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1일 함경북도 회령시 ‘회령 음식점 거리’에서는 부실공사로 인해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 여성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했다. 사고 원인은 건물 자재인 시멘트를 충분히 쓰지 않아 균열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 북한에서는 시멘트와 모래를 7대 3 비율로 배합해 사용하는데 공사장 인부들이 시멘트를 몰래 시장에 내다 파는 바람에 이 비율이 1대 9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상점이 ‘모래 집’이 되다보니 무너진 것이다. ‘회령 음식점 거리’는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로 2010년 10월 지어진 특화거리다. 전골식당, 닭내장식당, 토끼고기전문식당, 순두부집, 자장면집 등 15 개의 음식점이 입점한 곳이다. 한 소식통은 “김정일이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인데도 북 공사 간부들이 시멘트를 빼돌릴 정도”라며 “그만큼 간부와 주민들은 국가가 아닌 개인 돈벌이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온라인편집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