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올해 기준금리 0.75%P 더 올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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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고유가로 선진국 경기침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HSBC그룹의 스티븐 킹(사진)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24일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위험요소로 고유가를 꼽았다. 한국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지만 비교적 건실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HSBC그룹의 글로벌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날 HSBC은행 서울지점에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상충관계’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고유가는 세금 인상과 비슷해 글로벌 수요를 줄어들게 한다”고 설명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몇 달 뒤면 고유가 영향의 파급효과로 경기실사지수가 저조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최근 40년간 미국 경기와 유가의 상관 관계로 이를 설명했다. “여섯 번의 미국 경기침체 모두 유가 급등과 맞물려 나타났다”는 주장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1987년엔 유가가 급등했지만 경기침체가 없었다. 그는 “대신 87년엔 주식시장이 폭락했다”며 “고유가 때는 뭔가 악재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금은 선진국 경제가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고유가에 취약한 상황이다. 미국은 이미 제로금리이고, 미국과 유럽 모두 재정 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고유가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금을 내리거나, 보조금을 높이거나, 금리를 내릴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미국과 유럽 경제의 지속적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밝혔다.

 대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대해선 비교적 낙관했다. 그는 “한국은 올해 경제 전망이 밝아 성장 전망치를 4.75%로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해외 10개 투자은행 평균 전망치 4.4%를 웃도는 것이다. 이어 “한국은 경기침체보다는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며 “한국은행이 올 한 해 추가로 0.75%포인트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머징 시장에서 선진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글로벌 투자자금도 곧 이머징 시장 쪽으로 돌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은 중동사태로 불안감이 조성돼 투자자금이 선진국으로 몰리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머징 국가의 성과가 선진국을 앞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크지 않다고 봤다. “9·11 사태나 동남아 쓰나미를 봐도 우려했던 것보다 경제적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지진피해 발생 지역이 일본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 정도여서 일본 GDP 전망치를 조정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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