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옥 딸 김미루 '나는 돼지가 되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나체로 돼지우리에 들어가 맨살을 맞대고 ‘누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여인. 누가 돼지인지 사람인지 구분이 어렵다. 뉴욕 미술계를 놀라게 한 이 파격적인 사진의 주인공은 도올 김용옥 선생의 딸인 사진작가 김미루(30)씨다.

김씨는 돼지 퍼포먼스를 주제로 한 사진으로 뉴욕 두산 갤러리에서 3월 24일부터 한 달간 ‘돼지, 고로 나는 존재한다(The Pig that therefore I am)’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회를 소개한 뉴욕타임즈 패션 매거진은 기사에서 "누드의 여인을 둘러싼 육체 대부분이 인간이 아니라 돼지라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뉴욕에서 성장한 그녀가 도교와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은 그녀의 아버지이자 한국 최고의 철학자인 도올의 영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이 시리즈의 제목은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동물, 고로 나는 존재한다(The animal that therefore I am)'에서 빌린 것이다"며 "불교적 관점에서 모든 생명체가 윤회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씨의 작품은 돼지 같은 동물과 인간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이 작품을 위해 김씨는 미국 미주리주의 한 돼지 농장에서 6시간 동안 수백 마리의 돼지들 사이에서 작업을 했다. 김씨는 “이 파격적인 시리즈는 구제역 때문에 살처분이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에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2007년 도심속 폐허가 된 건물에 들어가 나체를 찍은 작품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도 인간 역시 폐허가 된 인공물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뉴욕 타임스에도 소개됐으며 ‘에스콰이어’지가 진행한 ‘America’s Best and Brightest 2007’에도 선정됐다. 2009년 한국에서도 전시를 열었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프랑스어, 낭만주의 문헌학 학사와,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회화과 석사를 마쳤다. 현재 뉴욕에서 거주하며 작품활동 중이다.

심영규 기자

[동영상 보기 ▶ ]

Mud Bath for Thick Skin, Miru Kim from Miru Kim on Vimeo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