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가 뭐기에’ 표 사려 텐트서 사흘이나 죽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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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AA 농구 토너먼트 입장권을 구하려 줄을 서서 밤샘을 하는 대학생들. [박성배 교수 제공]


‘3월의 광란(March Madness)’으로 불리는 미국대학스포츠연맹(NCAA) 농구 토너먼트가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21일(한국시간) 16강이 가려진 남자농구 토너먼트는 사흘간 휴식을 취하고 25일부터 16강전을 시작한다. 곤자가대 스포츠경영학과의 박성배(36) 교수가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전해왔다. 곤자가대는 미국 워싱턴주 스포케인에 있다. 곤자가대 남자농구팀은 지난 20일 32강전에서 브리검영대(BYU)에 져 탈락했고, 여자팀은 22일 UCLA를 89-75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편집자

월요일(현지시간) 캠퍼스의 분위기는 아침과 저녁이 사뭇 달랐다. 농구 때문이다.

 아침까지만 해도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지난 토요일 남자농구팀이 32강전에서 탈락해서다. 오전 내내 비까지 주룩주룩 내렸다. 32강전을 TV 중계로 지켜보면서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우리 팀 베스트5 중 로버트 스케어(센터)를 비롯한 세 명이 이번 학기 내 수업(스포츠 테크놀로지)을 듣는 제자들이다. 출근하니 온통 농구 얘기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 여자팀이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분위기는 단번에 살아났다. 여자팀의 최고 스타 코트니 밴더슬룻(22)이 32강전에서 29점·17도움으로 맹활약했다. 밴더슬룻은 이날 디비전1 남녀 선수를 통틀어 NCAA 사상 처음으로 대학 통산 2000득점·1000도움을 돌파했다.

 불도그스(곤자가대의 애칭)는 곤자가대, 나아가 스포케인 전체의 자랑이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모두 집에서 TV 중계를 보기 때문에 지역 마트의 매출이 70% 이상 감소한다는 통계도 있다.

 표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곤자가대 체육관 관중석(6000여 석)은 대부분 학교에 기부금을 많이 낸 후원자들에게 돌아간다. 학생들에게 판매되는 표는 1550장에 불과하기 때문에 표를 사기 위해 텐트를 치고 3일 밤낮을 지새우기도 한다.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오전 7시부터 살 수 있는 교직원용 티켓을 사려고 새벽 3시부터 출근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농구를 모르면 학교 안에서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다. 선수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나는 수업에 들어가기 전마다 ‘학생 선수들의 팬이 돼서는 안 된다. 형평성을 잃지 말자’는 다짐을 한다. 이번 학기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여자팀의 스타 포인트가드 밴더슬룻이다. 수업시간에는 얌전한 편이지만 코트에서는 공격적이고 영리하다. 곤자가 학생들은 밴더슬룻이 이끄는 여자팀을 응원하면서 ‘3월의 광란’을 계속 즐길 것이다.

박성배 곤자가대 교수

박성배 교수는 …

▶ 미국 곤자가 대학교 스포츠 경영대학원 주임교수(2007년 ~ 현재)

▶ 미국 세인트 리오 대학교 스포츠 비즈니스 학과 교수 (2005 ~ 2007년)

▶ 미국 노던 콜로라도 대학교 스포츠 경영학 박사(2005년)

▶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 스포츠 경영학 석사(2002년)

▶ 서강대 경제학과 학사(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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