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 vs 조기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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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국내 국제학교 진학과 조기유학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학비나 주거·교육환경 등 비교할 요소가 많지만 객관적인 근거가 없어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자녀를 진학시킨 학부모와 유학전문가를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각각의 장점을 들어봤다.

국제학교, 정서적 안정과 검증된 커리큘럼

 지난해 9월 채드윅 송도국제학교에 입학한 구다니엘(7년)군은 요즘 학교생활이 즐겁기만 하다. 한 학기가 지나면서 새로운 친구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교과과정에도 적응이 끝났다. 지난해 초까지 구군과 어머니 문은미(41·서울시 방배동)씨는 조기유학과 채드윅 국제학교 진학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했다. 문씨는 “아이의 성격이 외향적이지 않고 가정교육도 중요하다는 판단에 조기유학의 꿈을 접었다”며 “국내에서도 조건에 맞는 학교를 찾기가 예전보다 쉬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씨는 큰 아이의 외국인학교 적응과정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 KIS 9학년(고1)인 큰 아이가 별 무리 없이 외국인학교에 적응하는 것을 보고 구군도 국제학교로 보낼 것을 결정한 것이다. “너무 공부에만 몰입하는 한국 교육은 아이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개성을 살려 다양한 성취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이죠. 예·체능 교육도 제대로 시켜야 합니다. 아이의 행복한 학창시절을 만들어 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놓고 판단했어요.”

 웬만한 유학비용과 맞먹는 학비가 부담스럽긴 했다. 하지만 구군의 경우 미국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어 국제학교에 보내는 것을 결정했다.

 한복규(44·경기도 수원시 우만동)씨는 지난해 말 호주에서 가족들을 이끌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2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유턴(U-turn)한 것. 두 명의 아이들은 올 9월 개교하는 KIS 제주에 합격했다. 한씨는 2년 전 유학을 떠날 때만 해도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권 국가의 문화를 직접 겪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어 실력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덤으로 여겼다. 유학 초기엔 토론·발표식 수업에 아이들이 잘 적응했다. 영어 실력도 아이들 스스로 필요에 의해서 공부하다 보니 부쩍 늘었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갈수록 걱정이 쌓였다. “아이들이 정체성에서 혼란을 겪을 것 같았어요. 게다가 경제적인 문제도 발목을 잡더군요. 마침 제주도에 내국인 입학이 자유로운 국제학교가 들어선다기에 귀국을 결심했습니다.”

 KIS 본교의 10년 교육 노하우에 대한 믿음도 한 몫거들었다. 학비도 호주에서 다니던 공립학교와 별 차이가 없었다. 대신 한국 학생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학생 구성비가 걱정이 되긴 했다. 하지만 1년 먼저 개교한 채드윅 국제학교를 견학하고 나서는 그 걱정도 사라졌다. 쉬는 시간에 한국아이들끼리 잡담하는 말마저도 영어를 쓰는 것을 보고 안심했던 것이다.

 한씨는 요즘 주변에서 조기유학과 국내 교육기관 사이에서 고민하는 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제주국제학교를 추천한다. “외국 특유의 커리큘럼에다 한국의 정서를 적당히 가미한 교육과정은 오히려 유학 가는 것보다 낫다고 봅니다. 또 정서적 안정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주변 환경도 무시할 수 없죠. 여기서도 충분히 유학의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기유학, 해외대학 진학과 글로벌 인재상 교육

 아이를 싱가폴 이튼하우스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는 신유정(38·싱가폴 거주)씨는 유학을 선택했다. 세계최고수준의 대학입학이나 다문화적 체험을 바탕으로한 글로벌 인재의 자질을 갖추려면 해당국가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이었다.

 신씨는 계절 변화가 없고 치안 상태가 좋은 싱가폴이 아이들 교육에는 최적지라고 판단했다. 정서적인 안정과 아이들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영어에다 중국어까지 추가로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선택의 이유였다. 모든 것을 아이 스스로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드는 커리큘럼도 좋았다. “가끔 한국에서 온 부모들이 학교의 시스템에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가 있어요. 한국처럼 기본적인 학습은 학교에서 다잡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싱가폴 교육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 혼자 하도록 배려합니다. 그것이 결국엔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신씨는 교육과정 측면에서는 한국의 국제학교도 높이 평가했다. 특히 검증된 교사와 관리 시스템에부러움을 표시했다. 간혹 외국의 국제학교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제3국의 교사를 채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 민은자 드림아이에듀 대표도 유학에 한표를 던진다. 두 명의 자녀를 캐나다에 유학시킨 민 대표는 “학습에 지친 아이들에게 돌파구를 마련해 줄 수 있는 것이 유학”이라며 “단순히 영어를 배우고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 유학을 간다면 잘못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다양한 글로벌 문화를 접하고 우리와는 다른 환경에서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진정한 유학의 목표라는 것이다. 민 대표는 또 “자녀의 연령대에 맞게 유학기간을 선정하라”고 조언했다. 민 대표에 따르면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초등생의 경우, 3개월 이상 1년 이하의 단기 유학이 가장 좋다. 매년 겨울방학에 맞춘 2개월 캠프도 추천했다. 그는 “중·고교생은 현지에서 대학까지 마칠 경우가 아니라면 1년 단기유학이 좋다”고 말했다.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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