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80세 할머니-16세 손자, 열흘 만에 극적 구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20일 이시노마키시에서 구조된 아베 진(16)이 구조대에 의해 옮겨지고 있다. [이시노마키 로이터=뉴시스]

동일본 대지진 발생 열흘째인 20일 피해지역인 미야기(宮城)현 이시노마키(石卷)의 폐허 속에서 생존자 2명이 발견됐다. 지지(時事)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쯤 이시노마키시 와키(脇)마을에서 수색작업을 벌이던 경찰관들은 구조를 요청하는 소리를 들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경찰관들은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무너진 지붕 위에 10대 소년이 오돌오돌 떨고 서 있었다. 소년은 “집안에 할머니가 있다”고 했다. 아베 스미((阿部寿美·80) 할머니와 손자 진(任·16)은 경찰헬기에 태워져 곧바로 이시노마키시의 적십자병원으로 옮겨졌다.

  동일본대지진 발생 당시 두 사람은 부엌에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할머니는 다리 위로 덮친 건물더미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손자는 냉장고에 들어 있던 요구르트와 음식을 할머니에게 먹였다. 진은 “엄마와 지진 발생 직후 전화통화를 하다 (배터리가 떨어져) 연락이 끊겼다. 그러고는 구조대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병원에서 의료진에게 “손자가 움직이지 못하는 내 곁에서 음식을 먹여주고 돌봐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