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저축은행 부실과 낙하산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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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검찰이 저축은행 비리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그룹, 광주지검의 보해저축은행, 춘천지검의 도민저축은행에 이어 서울중앙지검이 삼화저축은행을 압수수색했다. 수사선에 오른 저축은행은 경영난으로 예금 지급이 어려워져 영업정지를 받은 상태다. 검찰은 대주주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解弛)와 사(私)금고화, 이로 인한 저축은행 부실과 고객 피해로 이어진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한다. 현재의 수사 초점은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 대출·횡령·배임 혐의다.

 저축은행 부실사태는 대주주나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과 탐욕으로 악화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개인 비리를 캐는 데 그쳐선 안 된다. 더 깊은 곳에 도사린 부패의 싹을 찾아 도려내야 한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경우 최근 3년간 금융감독원·기획재정부 등 관료 출신 8명을 이사·감사로 영입했다. 삼화저축은행은 국회의원과 금감원 출신 인사가, 보해저축은행은 국세청 국장 출신이, 도민저축은행은 전직 경찰청장·국가정보원 차장이 이사·감사직을 거쳐갔다. 퇴직 공직자나 실력자들을 배려한 ‘낙하산 인사’의 냄새가 진동한다. 손바닥 안에 든 감사와 이사가 제구실을 할 리가 있겠는가.

 사고가 터지자 금융감독 당국은 지난주 ‘저축은행 감독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부실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따지고 재발을 막겠다는 것이다. 낙하산 감사를 방지하기 위해 저축은행 업계의 ‘자율 선언’도 유도한다고 한다. 전형적인 면피용(免避用) 뒷북행정이다. 금융감독 당국이 낙하산 실태를 몰랐단 말인가. 알고도 방치했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낙하산이 떨어진 배경은 삼척동자(三尺童子)도 짐작할 수 있다. 부실을 촉발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같은 대규모 이권사업에서 부패 커넥션의 한 축(軸)으로 활용됐을 개연성이 있다. 저축은행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7조원이나 되는 공적자금이 공급됐다. 앞으로 수십조원의 국민세금이 또 투입돼야 한다. 검찰은 중수부까지 동원된 만큼 개인 비리와 함께 정·관계 유착 고리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