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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선도병원 CEO에게 듣는다 ④ 이철 연세의료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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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의료원장이 글로벌 병원으로 도약하는 세브란스병원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강한 병원’이 ‘좋은 병원’이 되기란 공부 잘하는 학생이 좋은 성격을 갖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세브란스병원은 강한 병원이면서 좋은 병원이라는 이미지 형성에 성공한 병원이다. ‘국내 최초 JCI(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인증, 하루 외래환자 1만 명, 키신저 미 국무 장관이 응급상황 때 선택한 병원, 전 세계 의사들이 최신 로봇수술을 배우기 위해 오는 곳, 국내 가장 큰 규모의 치료기술 개발 이전 성과를 거둔 곳’. 바로 강한 세브란스병원의 모습이다. 좋은 병원이 되려는 노력도 끊임없다.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 계열 병원에서도 꺼리는 재활·정신·어린이병원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자선의료에도 발벗고 나선다.

 이철 연세의료원장은 “ 이제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허브(hub) 병원’으로서 세계 최고의 병원과 경쟁하는 의료기관이 되는 게 우리 목표 ”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중앙일보헬스미디어 고종관 대표가 글로벌 대(大)항해에 나선 이철 의료원장을 병원 6층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세브란스병원은 국가기관도 아니고 대기업 병원처럼 엄청난 자본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만큼 성장하게 된 비결이라면.

 “기부의 힘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처음부터 자선단체 기금으로 만들어졌다. 기독교정신에 입각한 개척정신으로 병원을 꾸려 나갔고, 증축된 병원도 기부의 힘으로 지어진 것이다. 교수·행정 직원뿐 아니라 인턴학생, 심지어 미화원 아주머니들까지 십시일반 기부한 돈이 운영 원동력이 됐다. ”

-외국인 환자가 특히 많이 찾아오는 병원으로 유명한데.

 “지난해 외국인 환자 외래 3만4000명, 입원 환자 1150명이었다. 수익은 약 150억원으로 추산된다. 외국인 환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국제기관에서 인정하는 여러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05년 국내 최초로 받은 JCI 인증이다. 환자에게 안전한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위해요소 중점 관리기준(HACCP)’을, 안전한 임상시험을 실시하기 위해 ‘AAHRPP(미국 임상연구 피험자보호자인증협회)’를 인증받았다. 우리 병원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외국인 진료소를 개소했다. 방한(訪韓) 중 복통으로 내원한 키신저 미 국무장관도 우리 병원 의료진의 치료 실력과 시스템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 최근 큰 규모의 기술 이전 성과를 거뒀다고 들었다.

 “지난해 심혈관연구소 황기철 교수팀이 개발한 혈관치료 물질 제조 기술을 큐라캠이라는 회사에 기술을 이전했다. 150억원 규모로, 이제까지 국내 기술 이전료 중 최고 액수다. 세브란스병원은 교육·연구·진료 3박자가 균형 잡혀 기초연구와 임상 적용, 산학협력에 유리하다. 우리나라 의료수준은 최상급이지만 의료수가는 비현실적으로 낮다. 우리는 연구중심병원을 지향하며 특허권 이전료 등으로 수익을 창출할 것이다.”

-세브란스병원의 특화된 진료 분과는.

 “전문병원 체제를 처음 도입한 게 우리 병원이다. 1968년 국내 최초 암 전문병원을 설립했고, 현재 새로운 건물을 증축하고 있다. 또 안이비인후병원·재활병원·정신병원·어린이병원까지 5개 전문병원이 특화된 진료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치과병원은 동양 최대 규모다. ”

-세브란스는 신의료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최근 로봇수술 논란도 겪었는데.

 “2005년 국내 최초 로봇의료기를 도입해 불과 5년 만에 5000례가 넘는 수술이 진행됐다. 세계적으로 최단 기간 기록이다. 의학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과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지 않으면 뒤처진다. 우리 병원은 발 빠르게 최신 의료기술을 도입한 몇몇 분야에서 세계 의학계를 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년 동안 우리 병원 로봇교육센터에 총 144명의 외국 의료진이 교육받고 갔다. 로봇 종주국인 미국 의사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물론 최근 로봇수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좋은 계기로 생각한다. 신기술 도입에는 항상 논란이 따른다. 복강경 수술도 처음엔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았지만 지금은 일반적인 수술법이 됐다. 우리 병원은 항상 이런 신기술에 대해 정도(正道)를 지켜왔음을 자부한다. 로봇수술에 대한 논란도 정반합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 나갈 것이다.”

-올해가 연세의료원 송도시대 원년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의 비전은.

 “송도캠퍼스로 이전하면 혹시 지원율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교수와 동문도 많았다. 하지만 정반대다. 올해 의예과 수시입학 등록률이 지난해에 비해 20%나 더 높아졌다. 학생들은 모두 상위 0.1%에 드는 인재들이다. 30년 전 우수한 학생들이 공학 쪽으로 진학해 오늘날 우리나라 전자 및 반도체 강국을 만들었듯 우리나라 의료·의학 발전도 기대가 높다. 이번 송도캠퍼스 입학식 때는 교수들이 신입생을 위해 세족식(洗足禮)도 진행했다. 그만큼 인재를 위한다는 말이다. 송도캠퍼스 학생들부터는 한·중·일에서 공부하게 하는 에라스무스 제도를 도입해 글로벌 의료진으로 양성, 우리나라 의료산업을 이끄는 리더로 만들 것이다. 교수들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미니 MBA과정을 개설하고 경영대학원에 위탁 교육하는 등 경영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송도 세브란스병원을 거점병원으로 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으로 연결되는 연세의료원의 글로벌 메디컬 클러스터 구축을 확고히 할 것이다.”

정리=배지영 기자

이철(63) 연세대의료원장

· 1973년 2월 연세대의대 졸업
· 1981년~ 전임강사로 세브란스병원 소아과 교수 시작
· 1997년 2월~2000년 8월 세브란스병원 기획관리실장
· 2000년 9월~2004년 8월 세브란스병원 기획조정실장
· 2008년 8월~2010년 7월 세브란스병원장
· 2010년 8월~ 연세의료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주요 경력과 업적

· 2008년 5월~2010년 11월 보건복지가족부 시행 선도형 연구중심병원 사업에 선정
· 2010년 3월 2010년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대상
· 2010년 6월 대통령표창(신종인플루엔자 유공자 포상)
· 2010년 8월~ 대한병원협회 부회장 겸 학술위원장
· 2010년 10월~ 대한기독병원협회 기독병원경영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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