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현 세입자만 혜택, 새 세입자엔 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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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봄 이사철 수요가 마무리되면서 전셋값 상승 폭이 다소 줄어들고 있지만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당초 민주당에서 제기한 이 방안에 한나라당 서민주거 안정 태스크포스(TF)가 제한적이나마 수용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는 가격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전국적이든, 지역적이든 원리에 있어서는 마찬가지다. 이는 근본적으로 주택을 공공재로 본다는 의미다. 공공요금 등 공공재 값을 제외하고 가격을 정부가 정하는 재화는 없다. 곧바로 사유재산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철학적 논란을 떠나 경제적으로도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이 공급 축소다. 집 주인 입장에서 전세금을 받아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거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집값이 크게 올라 임대료에서 손해 본 것을 상쇄할 수 있을 때만 전세를 놓을 유인이 생긴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연구소장은 “금리가 낮고 집값도 오를 기미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전세가격을 통제하면 월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세가격도 통제하면 된다는 의견이 있지만 임대사업을 아예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몇 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청구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는 1990년대 세입자 보호를 위해 임대기간 2년을 보장했을 때 이미 경험해 본 바다. 당시 시민단체에서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강하게 주장했던 김선덕 주택산업정책연구소 정책실장은 “상한제와 계약갱신권은 현 세입자만 위하고 잠재 세입자나 앞으로 계약이 끝날 세입자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서경호·최현철·조민근·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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