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새벽 - 리비아 공습] 반기문 “유엔 결의 따른다면서 뒤로는 시민군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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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사무총장

“리비아는 철저히 국제사회를 배반했다” “카다피에게 다른 길이 없다” “군사 개입 이상의 추가적 조치도 가능하다”….

 반기문(67) 유엔 사무총장은 단호했다. 19일(현지시간) 리비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협의하는 파리 정상회의 직후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만난 반 총장의 입에서는 강경한 발언들이 튀어 나왔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유연한 외교적 수사에 능통한 그로선 이례적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반 총장은 “유엔 결의가 채택된 직후 리비아 총리가 전화를 걸어와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겠다. 시민군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리비아군은 시민들을 공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카다피 정권이 연합군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반 총장에게 전화로 간청하면서도 뒤로는 군을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는 뜻이다. 반 총장은 “오늘 (파리 정상)회의에서 이를 공개했다. 참석자들이 모두 분개했다”고 전했다.

 반 총장은 “카다피가 물러나지 않으면 경제적 제재나 추가적 군사 조치에 필요한 또 다른 유엔 결의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카다피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며, 국민 보호의 책임을 저버린 정권에게는 정통성을 부여할 수 없다”고 했다.

 반 총장은 이날 17개국의 대통령·총리·외무장관과 유엔·유럽연합(EU)·아랍연맹(AL) 대표가 모인 파리 정상회의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의장을 맡았다.

 반 총장은 “오늘의 역사적 회의에 하마터면 불참할 뻔했다”며 수 시간 전의 긴박했던 상황도 설명했다. 스페인의 마드리드 공항에서 유엔기를 타고 이륙한 직후 기체에서 정체불명의 큰 폭발음이 잇따라 터져 나와 긴급 회항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마드리드 공항으로 되돌아가 스페인 정부에 긴급히 항공기 제공을 요청했고, 때마침 호세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가 파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기에 타기 직전인 것으로 확인돼 그 비행기를 함께 타고 파리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유엔기는 기체 결함으로 문제가 생겼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유엔은 20일 이집트로 가는 반 총장을 위해 다른 비행기를 프랑스로 보내왔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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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UN 사무총장(제8대)
[前] 외교통상부 장관(제33대)

194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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