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in 문화人] 인물화 개인전 여는 권오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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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선(47·여). 그는 그림을 그리는 전업 작가다. 대학시절엔 비구상 작가를 꿈꿨다. 나이 들어 러시아로 떠난 유학… 이후 그는 극사실주의를 바탕으로 탄탄한 실력을 갖춘 구상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그는 사람을 즐겨 그린다. 그의 인물화는 마치 사진 같다. 그러나 그의 인물화는 복잡하면서도 아름다운 인간 내면이 담겨있다. 4월21일까지 지산갤러리(대전대 천안한방병원 내)에서 인물화 개인전을 갖는 그를 만났다. 평소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는 그가 묻고 기자가 답했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권오선 작가는 “큰 오빠(손에 든 그림)와 조카(작은 오빠의 아들. 벽에 붙어있는 어린아이)를 그릴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조영회 기자]

-왜 인물화를 그린다고 생각하나?

 “글쎄… 사람마다 얼굴에 많은 것이 담겨 있어서? 미술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 아무 생각 없이 말한다면… 돈이 되니까? (웃음)”

이렇게 함부로 말하다 인터뷰 안 하겠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살짝 됐지만 그래도 기자의 수준이 여기까지니 솔직하기라도 해야지 싶어 묻는 말에 일단 막말부터 던지고 본다.

-사람보다 아름다운 자연을 본적이 있나?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워’ 이런 노래는 들어봤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만남’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지 않겠나. 그러고 보니… 인생을 살면서 사람이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이 의외로 많을 수 있겠다.”

-그런 순간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사진을 찍어두는 방법도 있겠지만 상대에게 느꼈던 감정까지 사진에 담기엔 쉽지 않을 것 같다. 인물화에 매달리는 이유가 그런 이유라면 당신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그동안 만난 사람들의 예쁜 모습을 화폭에 담으면서 얼마나 즐거웠겠나?”

-예쁘게만 그린다고 좋아하는 줄 아나?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예쁘게 그리면 모델들이 좋아하지 않겠나?”

그의 답은 정반대였다. 그는 인물화를 그려 달라고 요청 받으면 절대로 사진만 보고 그리지 않는다. 몇 차례 모델을 만나 얘기도 나누고 식사도 같이 한다. 가능한 그 사람만의 좋은 이미지를 찾아 화폭에 담으려고 노력한다. 내면에 있는 아름다움까지 표현하고자 심혈을 기울인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은 만족하지만 극히 일부는 ‘예쁘게’ ‘잘 생기게’ 그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삐치기도 한다.

-그림 속에 나오는 사람과 사랑에 빠져 본 적 있나?

 “영화에 나오는 멋진 배우를 좋아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그림 속에 인물을 사랑한다니… 좋아하는 사람을 그린 그림이라면 또 모르겠다.”

그는 2002년 9월 러시아 국립레핀아카데미에서 2년 동안 그림 공부를 했다. 그곳에서 그는 한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그가 평소 닮고 싶어 했던 러시아의 위대한 화가 ‘끄람스 꼬이’가 그린 인물화의 주인공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림 속에만 존재하는 인물이었다. 그가 누군지, 언제 태어나 언제 생을 마감했는지 조차 전혀 알지 못하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 그림 속의 ‘연인’ 이었던 것이다. 그는 누군가 자신이 그린 인물화를 보고 ‘사람의 아름다움’을 공유하길 바란다.

-내가 사람을 가려 만난다고 생각하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가이고 더군다나 인물화를 그리는 작가이니 한 인물 하는 사람들만 만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그림을 사 줄만한 경제력이 되는 사람들만 그리던지…”

그는 이번 전시회에 20여 점의 인물화를 선보인다. 이전에 그린 인물화까지 포함하면 그는 그동안 80여 점의 인물화를 그렸다. 한때는 자신을 알리기 위해 유명 인사들을 주로 그렸지만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다양하다. 그는 인간의 아름다움이 지위가 높거나 돈이 많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또 누구나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산다는 사실도…

-자화상을 그릴 때도 아름다움을 찾을까?

 “당연히 자신의 모습을 예쁘게 그리고 싶지 않겠나. 남들 그릴 때 보다 훨씬 더 신경이 쓰일 것 같은데...”

 그는 자화상을 그릴 때 가능한 느낌 그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 화폭에 옮기려고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몇 개의 자화상에 표정이 제 각각이다. 심지어 슬픈 일을 겪은 시절에 그린 자화상은 웃고 있어도 슬픔이 배어 있다. 그는 자화상을 그리며 자기성찰을 한다.

-어떤 바람을 가지고 사나?

 “건강하고 돈 잘 벌고, 가정 화목하고…다들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거 아닌가.”

 그는 오는 11월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그에 말에 따르면 인간은 끊임없이 무언가 쌓고 무너뜨리는 일을 반복한다. 어린 시절 블록 쌓기, 성황당 주변에 돌 쌓기, 기독교 성지에도 인간들이 소원을 빌며 쌓아 올린 돌이 있다. 이렇게 무언가 쌓아 올렸다가 무너트리는 과정이 인생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돈이던 지식이던…, 그는 착한 마음을 쌓고 누군가에게 베푸는(무너뜨리는) 삶을 살고자 한다. 이런 바람과 예술관을 담아 그려내는 작품을 모아 ‘마음 쌓기’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문의=011-9805-7702
neva0304@naver.com

권오선 작가는

중앙대 예술대학 회화과와 경기대 대학원(석사)을 졸업했다.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러시아 국립레핀아카데미를 수료했다. 천안과 서울, 북경 등에서 10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2010 남송국제 아트쇼(성남 아트센터 미술관), 2009 서울 현대 미술의 상황전(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BIAF 2009 부산 국제아트페어 초대전(부산문화회관), 부산 국제아트페어 특별초대전(BEXCO), A&S 초대전(인사아트 프라자), 한국 초상화 협회전(서울한전프라자갤러리), 브라질 살바도로 바히아 대학 초대전, 중국 문경갤러리 개관 기념 초대전, 연흥도 미술관 개관기념 초대전 등 100여 회 단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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