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로 만든 두부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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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혼식 장려 정책이 부활한다. 쌀이 모자라니 보리를 섞으라던 1970년대식 운동이 아니다. 그 반대다.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밀가루와 두부에 쌀을 넣는 쌀 섞기 정책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다음 주 중으로 한국제분협회·대한제과협회·한국음식업중앙회와 쌀밀가루 사용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고 17일 밝혔다. 쌀밀가루는 기존 밀가루의 10% 정도를 쌀가루로 대체한 제품이다. 쌀의 단백질은 밀 단백질(글루텐)과 성질이 달라 반죽을 해도 쫀득하게 뭉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쌀가루만으론 국수나 빵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밀가루에 10% 정도만 쌀가루를 섞으면 조리 방식이나 식감, 맛이 순 밀가루와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이번 MOU로 이르면 이달 중으로 일부 서울 지역 음식점과 빵집이 쌀밀가루를 시범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최근 밀 국제 시세가 치솟으며 빵집들의 원재료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공급되는 쌀가루는 정부 비축분으로 업체 공급 가격이 20㎏에 1만6000원 수준. 20㎏ 한 포대가 2만3000원 안팎인 밀가루보다 30% 정도 싸다.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민연태 과장은 “제분 업체가 직접 업체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유통 마진도 밀가루보다 적다”며 “조만간 밀가루 가격이 추가로 오를 것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경식 사장

 쌀두부도 판로가 확대된다. 쌀두부 생산업체 ‘푸르미푸드’(서울 문래동)는 최근 군 급식 지원업체인 ‘군인공제회 제일식품’과 시험급식 업무협약을 했다. 쌀두부는 두부 원료의 40%를 콩 대신 쌀로 대체한 제품. 이 회사가 짓고 있는 충북 충주시, 경북 예천군의 두부 공장이 완성되면 부대에 시범 납품된다.

1999년 쌀두부 제조 기술을 개발해 8건의 특허를 갖고 있는 푸르미푸드 오경식(43) 사장은 “최근 콩 가격이 1㎏에 1만원을 육박할 정도로 치솟은 반면 쌀 가격은 1㎏에 2000원이 채 들지 않는다”며 “가격 경쟁력이 생기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고 기뻐했다.

 농식품부는 쌀밀가루·쌀두부 보급이 밀·콩의 수입을 줄이고 쌀 재고도 활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소비자들이 쌀밀가루 등에 익숙해지면 식품업체들도 다양한 관련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식량정책과 이주영 서기관은 “소비자 반응이 좋으면 업체들이 쌀을 15%, 20%씩 섞은 쌀밀가루도 출시하지 않겠느냐”며 “원자재 가격이 불안한 상황에서 쌀 소비가 획기적으로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 쌀 재고량은 150만9000t. 2005년 재고량(83만여t)보다 80% 이상 많다. 반면 1인당 쌀 소비는 연간 72.8㎏에 그쳐 2005년(80.7㎏)보다 10% 정도 줄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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