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위 간부용 비밀통신 … 이집트 시위 등 실시간 접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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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북한에 고위 간부들에게만 제공되는 일일보고 형식의 ‘비밀통신’이 있으며, 책임지도원(과장급) 이상만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상당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북한 고위 관료 출신으로 최근 제3국을 통해 한국으로 망명한 A씨가 18일 발매될 월간중앙(4월호)과 한 인터뷰에서다. 수십만 명의 북한 엘리트 그룹이 이집트·리비아의 민주화 시위 등 해외 사정을 실시간으로 상세히 접하고 있다는 얘기다.

 A씨는 “이런 상황이지만 중동의 민주화 사태는 북한에 단 1%의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자신의 실수로 친척·지인 수백 명이 고통받게 되는 사슬이 끊어지지 않는 한 북한 엘리트의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국가안전보위부(정보기관) 체계가 워낙 잘돼 있어 반(反)김정일 모임이 발견되면 바로 제압돼 잿더미로 변할 것”이라며 “30만 대 이상 보급된 셀폰(cell phone·휴대전화)도 모든 중계기지에 도·감청설비가 갖춰졌고 전문 도청국까지 있어 100% 추적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동 민주화 사태가 불거진 지난달 멍젠주(孟建柱·맹건주) 중국 공안부장이 평양을 방문한 데 대해선 “시위 차단 협의라면 정보기관장인 국가안전부장이 방북했을 것”이라며 “2009년 12월 주상성 인민보안부장(지난 16일 해임)이 방중한 데 따른 답방 성격의 방문일 뿐”이라고 전했다. 대북전단에 대해서는 “전연(전방) 지대에 떨어진다고 들었지만 평양에 뿌려졌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평양에서 ‘사건화’됐다면 엘리트들이 모를 리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평양 엘리트들의 경우 해외 영화나 한국 드라마를 본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며 “김정일이 간부들에게 DVD를 선물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김상진 월간중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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