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의 세테크] 아들·며느리·손자·손녀에게 재산 나눠 주면 증여세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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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

A씨는 가지고 있던 땅이 수용되면서 상당한 액수의 보상금을 받게 됐다. 생각지 못한 돈이 생긴 그는 결혼한 외아들에게 10억원을 증여할 생각이지만 문제는 증여세다. 아들이 내야 하는 증여세는 대략 2억여원. 성년인 아들에게 증여할 때 3000만원의 공제액을 제외한 9억7000만원에 10~30%의 세율이 적용됐다. 기한 내에 신고해 신고세액공제(10%)를 받아도 증여세는 2억800만원 정도가 된다.

 이런 경우 아들뿐만 아니라 며느리와 손자·손녀에게 재산을 나눠 증여하면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 증여세는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세율이 적용되는 만큼 여러 사람에게 나눠 증여하면 같은 가족이 재산을 받게 되더라도 세금이 많이 줄어들게 된다.

 증여세의 경우 1억원, 5억원, 10억원, 30억원의 구간별로 10~50%의 세율이 누진적으로 적용된다. 아들에게만 10억원을 증여하면 5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는 30%의 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며느리와 손자·손녀에게 적절히 분산해 증여하면 10~20% 정도의 세율만 적용받을 수도 있다.

 만약 아들 5억원, 며느리 3억원, 손자와 손녀에게 각각 1억원씩 증여한다고 가정해 보자. 아들은 5억원에서 3000만원(공제액)을 뺀 4억7000만원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이 중 1억원까지는 10%의 세율이, 이를 뺀 3억7000만원에 대해서는 20%의 세율이 적용돼 총 납부할 세금은 7560만원이다(이하 모두 신고세액을 공제받는 것으로 가정한다). 며느리는 증여받은 3억원에서 공제액 500만원을 뺀 2억9500만원에 대해 4400만원의 증여세를 내면 된다.

 손자와 손녀의 경우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미성년자인 이들은 각각 1500만원의 공제를 받는다. 세금 부과 대상 금액은 8500만원이다. 적용되는 세율은 10%인 만큼 계산하면 765만원이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손자·손녀에게 증여하면 세대를 건너뛰게 돼 할증이 된다. 30%의 할증률을 적용하면 각각 995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렇게 계산한 금액을 합해 보면 아들 가족이 증여받은 금액은 10억원이지만 증여세는 약 1억4000만원이다. 따져보면 아들에게 단독으로 증여하는 것보다 6800만원의 세금이 줄어든다.

 증여액을 분산하면 상속 때도 유리할 수 있다. 만약 A씨의 건강에 문제가 생겨 상속이 발생한다면 아들의 경우에는 상속이 시작된 때부터 10년 내에 증여한 것이 모두 상속재산에 합산된다. 하지만 며느리나 손자·손녀의 경우 상속인이 아니기 때문에 5년 이내에 증여한 것만 상속재산에 합산된다. 연세가 많거나 건강에 자신이 없는 경우 증여를 할 때에는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증여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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