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인근 병원, 환자 128명 놔두고 의료진 피신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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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폭발 위험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인근 한 병원의 의료진이 환자들을 내버려두고 안전지대로 철수했다고 지지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원전 10km 내에 있던 오구마마치 후다바병원의 일이다. 통신에 따르면 13일 제1원전 1호기에 이상이 생겨 방사능 노출이 우려되자 일본 위기관리센터는 이곳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14일 새벽까지 모두 철수하지 않으면 더이상 책임질 수 없다”고 했다. 16일, 남아있는 주민이 없는지 최종 확인을 하기 위해 병원에 온 자위대는 환자 128명을 발견했다. 이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거나 자력으로 대피가 힘든 노인들이었다. 그러나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은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이와키고요 고교에 마련된 대피소 등으로 몸을 피한 것이다.

재해대책본부는 “이 병원에는 300여 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128명은 이곳에 남겨져 있었고 14명은 대피소로 가던 도중 사망했다”며 “나머지 160여 명은 안전하게 피신했다”고 말했다. 자위대는 이들을 버스 3대에 나눠 태워 곧바로 이와키고요 고교로 이송했고 미나미소마시 보건소에서 피폭 여부를 확인했다.

후쿠시마현 한 관계자는 “병원 직원이 환자를 놔두고 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살려야 했다”고 지적했다. 병원 관계자는 “이사장과 연락을 할 수 없어 사실 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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