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무토 “일본인, 겉으로는 참지만 마음속으로 더 크게 울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무토 대사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는 16일 “한국이 이번 지진을 스스로 겪고 있는 것처럼 일본을 위로하고 도와줘 감격했다”며 “사상 최악의 재난이어서 한국 등 국제사회의 장기적인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일본 언론이 한국의 지원 상황을 가장 많이 전하고 있을 만큼 일본의 반응도 뜨겁다”며 이같이 밝혔다. TV를 통해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상황을 보다가 인터뷰에 응했다는 그는 “일본 정부가 안전한 복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차분하게 지켜봐 줄 것을 간접 주문했다.

- 재난을 당한 데 대해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

 “한국인 한 분 한 분에게 감사 드리고 싶었는데 중앙일보를 통해 그럴 수 있게 돼 감사하다.”

-한국 정부의 지원에 대한 평가는.

 “여러 나라가 일본을 돕고 있지만 일본 언론들은 한국과 미국의 지원만 가장 많이 보도하고 있다. 한국은 가장 먼저 구조견 2마리와 구조대원 5명을 보냈고, 100명을 추가로 보내줬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일본을 도울 것을 지시하신 걸 잘 안다. 또 바쁜 외국 순방 중에 간 나오토 총리에게 전화해주셨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제게 전화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민들의 지원·성원도 이어지고 있는데.

 “(북받치는 표정으로) 정말이지 한국민 한 분 한 분이 스스로가 어려움 겪고 있는 것처럼 애정 어린 마음을 표현해주셔서 아주 감격스럽게 생각한다. 역시 한국은….(말을 잇지 못함) 우리 대사관에 한국민들의 위로 전화와 e-메일이 수없이 오고 있고, 성금을 보내주신 분들도 있다. 또 한류 스타들이 위로 대열에 동참해 감사하다. 일본인이 사랑하는 분들이 격려해주면 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많은 한국 사람은 일본인들의 냉정한 대처에 놀라고 있다.

 “재난을 당했을 때 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본 사람들은 재난을 당하면 ‘나보다 더 큰 피해를 본 사람도 있으니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마음속으론 큰소리로 울고 있을 것이다.”

-한국의 추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고베 대지진보다 열 배는 더 큰 최악의 지진이다. 특히 쓰나미가 덮쳐 훨씬 큰 피해가 났다. 벌써 피난민이 47만 명이란 보도가 나온다. 많은 이들이 집도 잃고 직장도 잃어 장래를 불안해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피해가 드러날지 모른다. 일본 정부도 노력하겠지만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가능한 한 ‘모든 도움’이 지속적·장기적으로 있어줘야 할 것 같다. ”

-일본에 파견된 우리 구조대 활동은 어떤가.

 “센다이 인근에서 활동 중인데 아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

-원전 상황에 대한 일본 정부의 평가와 대책은.

 “평가를 내리기엔 이르다. 일본 정부는 현재 연료봉을 냉각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안전한 복구를 위해 최대한 노력 중이다. 한국과 원전 상황 정보를 교환하고 있을 수 있으나 복구를 위해 협의 중이란 얘기는 듣지 못했다.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는 협의를 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일본 경제가 위축되고 한·일 교역이 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지진으로 파괴된 일본의 인프라와 공장들이 빠른 속도로 복구되고 있다. 복구 사업으로 오히려 경기가 부양될 수도 있다. 지난 1, 2월에 한국의 대일 수출이 급증했다고 한다. 이것은 장기적인 추세에 따른 현상이므로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다.”  

글=강찬호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