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설(世說)

대학 등록금 문제, 교과부가 풀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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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양한주
한국전문대학
교육연구학회 회장
동양미래대학 교수

정부의 ‘대학 등록금 동결’ 요구에 많은 사립대학이 ‘정부의 재정지원이 앞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오랫동안 적립금을 쌓아온 대학들도 목소리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들이 쓰지 않고 쌓아둔 적립금이 1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적립금을 쌓아놓고서도 등록금을 올린다는 데 학생들의 반감이 더해진다. 이 문제는 정부에서 풀 수 있다. 담당 부처인 교과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교과부는 지금까지 “적립금을 쌓아놓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진 않지만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사립대학 적립금 용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사 사실 교과부는 얼마든지 적극 개입할 수 있다. 사립학교법과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등에 따르면 사립대학은 각종 적립금의 적립 및 사용계획을 사전에 교과부에 보고해야 하며, 교과부는 학교의 재정상태 등을 감안해 적립 여부·규모·기간 등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규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의지가 문제다. 교과부는 사립대학으로부터 적립금 사용계획을 사전에 보고 받아 검토하고, 이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교과부는 사립대학의 각종 문제와 규정 위반사례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 이는 사학 비리와 이에 따른 학내 분규, 나아가 수업 결손 등이 반복되는 원인이 돼왔다.

 물론 대학 등록금과 적립금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등록금이 비싸더라도 상응하는 교육의 질이 담보된다면 문제될 것도 없다. 선진국 유명 사립대학들의 등록금이 거액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학생들이 경쟁적으로 몰려드는 것은 교육의 질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적립금도 각종 기부금과 법인 전입금으로 만들어지고, 투자 목적과 계획이 객관적으로 인정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요컨대 학생 교육의 질을 담보로 징수한 등록금을 학생 교육에 투자하지 않고 적립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교과부가 현행 법령에 따라 감독의 책무만 다한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대학가에선 등록금 투쟁, 사학 비리가 연례행사가 됐다.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국가적 손실이 심각하다. 교과부는 교육기관 감독청으로서 이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양한주 한국전문대학교육연구학회 회장·동양미래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