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재난 속 고통 받는 건 여성” 리더 11명 기적의 번개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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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속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건 여성입니다. 일본 여성들을 돕는 데 우리부터 앞장서야 합니다.”

이웃 나라 일본을 덮친 대지진의 재앙이 한국 여성 리더들의 마음을 뜨겁게 울렸다. 한국의 ‘우먼 파워(woman power·여성의 힘)’를 대표하는 11명이 일본을 돕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 참사 한국 여성 구호팀 발대식이 16일 서울 청담동 성주그룹 본사에서 열렸다. 추애주 성주재단 이사, 김영주 한국기독교여성절제회 대표, 박영혜 전문직여성세계연맹 아태 의장, 김성주 성주 그룹 회장, 전수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손인춘 한국여군협회 회장, 안윤정 아시아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심실 한국문화교류회 회장, 김미희 한국여성 경영인총협회 이사(왼쪽부터)가 재난을 겪고 있는 일본 여성을 돕기 위해 성금을 모으고 있다. [안성식 기자]


16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성주그룹 본사에서는 ‘일본 대지진 참사, 한국 여성 구호팀 발대식’이 열렸다. ‘Women Help Women(여성이 여성을 돕는다)’을 모토로 한 이날 모임에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수혜 회장을 비롯해 한국여성경영인총협회 김미희 이사, 아시아여성경제인협회 안윤정 대표 등 여성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여성단체 대표들도 분야를 막론하고 일본 돕기에 동참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권미혁 대표와 NGO단체인 ‘컴패션 프렌드’ 문애란 대표, 전문직여성세계연맹(BPW) 박영혜 아태 의장, 한국기독교여성절제회 김영주 대표, 한국여군협회 손인춘 회장, 한국문화교류회 심실 회장, 성주재단 추애주 이사 등이 그들이었다.

 이들을 한자리에 모은 건 성주그룹 김성주(55) 회장이었다. 김 회장은 이날 모임을 “기적의 번개팅”이라고 표현했다. 사고 직후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을 통해 2000만원의 성금을 내놓은 김 회장은 “나 같은 마음을 가진 여성들의 힘을 모아 보자는 생각에 모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어제(15일) 오전 10시부터 연락을 돌렸어요. 구호단체를 통하는 것보다 대한민국 여성들이 나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더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요. 다들 바쁜 일정을 취소하고 이렇게 모인 것 자체가 기적이에요.”

 이날 모인 11명의 여성은 “쓰나미 속에서 손을 놓친 딸을 찾지 못해 우는 어머니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모유가 안 나와 분유를 애타게 기다리는 젊은 엄마를 보니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했다. 이들은 3시간에 걸쳐 논의한 끝에 다섯 가지 구호 계획을 세웠다. 구호물품 전달과 성금 모금, 봉사대 조직 등 기본적인 긴급 구호 활동과 함께 문화교류팀 구성, 대외홍보팀 운영 등 장기적인 지원책도 마련했다. 전수혜 회장은 “이번 지진은 피해 규모가 큰 만큼 복구 사업에도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최소 5년간은 지원을 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시했다. 박영혜 의장은 “일본 현지 여성단체들과 연계 활동을 펼치기 위해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17일부터 각 단체 회원 3000여 명이 참여해 생리대·기초화장품·내의 등 긴급 구호물자 지원에 들어갈 계획이다.

 심실 회장은 “재난 속에서 침착하고 질서정연하게 대처하는 일본 여성들의 자세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한국 여성들의 뜨거운 정열을 모아 아픔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주 회장은 “이번 지진과 구호 활동을 계기로 위안부 등 어두운 한·일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글=심새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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