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기름보다 진한’ 한·일 정유업계 우정, 대한해협 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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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도쿄 북부 미토시의 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사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11일 발생한 강진으로 주요 정유공장들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생산 차질이 빚어지자 일본 내 주유소에서는 1인당 구입 물량을 제한하고 있다. [도쿄 AP=연합뉴스]

허동수 GS 칼텍스 회장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

정유업계가 대지진이 강타한 일본에 ‘기름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은 대지진으로 정유시설 가동이 중단되면서 휘발유 등 석유제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일본 최대 석유회사인 JX NOE(옛 신일본석유)에 휘발유 26만 배럴을 우선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JX NOE가 수입한 중동 원유 200만 배럴(약 2억 달러)을 대신 구매하기로 한 데 이은 후속조치다. ▶<본지 3월 14일자 e2면>

 구자영(63)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이날 도쿄의 JX 홀딩스를 직접 방문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SK 관계자는 “4년 전부터 전략적 제휴를 맺고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JX NOE에 위기 때 변치 않는 우정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며 “추가로 더 필요한 것이 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11일 JX NOE는 지진과 쓰나미로 3개 정유공장 가동이 중단돼 당장은 필요 없게 된 원유를 SK에 사달라고 비공식적으로 요청했었다. 원유 계약을 할 때 장기 도입 계약을 한 터라 상황에 따라 물량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SK 측은 “원유를 저장할 탱크 여력도 부족하고,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제품 수출 계약이 다 끝난 상태였지만 일본의 지진 피해를 복구하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해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SK의 결단 후에 양측 회장 간에 감사의 서신이 오갔다. 먼저 최태원(51) 회장이 13일 오전 니시오 JX 홀딩스 회장에게 “일본은 잘 일어날 수 있다. SK가 도울 일이 있으면 최대한 돕겠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니시오 회장은 그날 오후 즉각 감사의 답장을 보내왔다.

SK 측은 “JX NOE가 중동 원유를 추가적으로 구매해 달라고 요청해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의 동북전력에 발전용 중유 1만t을 공급할 예정이다.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의 요청으로 어선용 연료유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SK 관계자는 “일본의 다른 석유회사 요청에 대해서도 최대한 협조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GS 칼텍스는 JX NOE로부터 휘발유·납사·등유 등 100만~150만 배럴의 제품을 공급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지원 방침을 정했다. 허동수(68) GS 칼텍스 회장은 14일 일본 쇼와셸, 미쓰이케미컬 등에 ‘복구과정에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지원하겠다’는 위로 서신을 전달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합작 파트너인 코스모석유의 요청에 따라 항공유·등유 30만 배럴을 우선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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