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상품 길라잡이] 고유가 시대 … 원유파생펀드 주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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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최근 중동의 민주화 확산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국제 원유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이미 배럴당 105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 유가도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러한 국제 고유가는 국내의 수입 물가를 올려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 국내 물가가 오르면 개인의 자산가치는 하락하므로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는 꼴이 된다.

 이러한 고유가 흐름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원유 가격 상승과 관련된 금융상품에 투자해 자산가치를 방어하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원유 실물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으나, 원유 실물 자산펀드는 국내외에서 찾기가 힘들다. 따라서 원유와 관련된 기업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펀드나 원유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원유파생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대안이다.

 에너지 관련 기업주식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섹터펀드는 블랙록 월드에너지 주식펀드다. 전 세계에서 에너지 탐사·개발·생산·유통 등 에너지 관련사업을 하는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선도적 에너지 기업과 종합 정유업체 주식을 집중 편입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로존의 경기회복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와 중동 민주화 사태 장기화에 따라 당분간 고유가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에너지 기업의 정제마진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유사하게 프랭클린 내추럴리소스 주식펀드도 에너지 관련 주식에 70% 수준으로 투자하고 있어, 최근 유가 급등에 따른 수익률 상승 혜택을 누리고 있다. WTI 가격과 위의 두 개 펀드 수익률의 상관관계는 3년 기준으로 0.737과 0.793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유가의 상승률을 추적할 수 있는 펀드로 원유 선물에 투자하는 특별자산펀드도 인기다. 전 세계 상품거래소에서 WTI, 브렌트유, 두바이유의 선물에 투자할 경우 유가의 변화를 밀접하게 따라갈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삼성 WTI원유특별자산펀드는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의 선물에 투자하고 있다. 기초 자산의 가격 움직임에 민감하도록 근월물을 지속적으로 롤오버(만기연장)하는 전략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파생상품펀드다. WTI선물은 매월 만기가 있어 롤오버가 필요하며, 이때 현물가격과 선물가격의 괴리로 인해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위험이 있다. 원유 가격 상승에만 의존하는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미래에셋맵스 로저스Commodity인덱스특별자산펀드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 펀드는 주요 커머더티(Commodity) 선물에 분산투자하고 있으며, 그중 에너지 관련 선물에 자산의 45% 수준을 편입해 놓았다.

 물론 세계 유가가 하락하면 해당 펀드에도 손실이 생긴다. 커머더티 관련 상품의 변동성이 일반 금융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에너지 관련 펀드 투자는 개인자산의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위험을 관리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최재헌 SC제일은행 투자자문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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