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학습 집중력 높이기에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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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초등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 바둑으로 우등생 만들기가 화제다. 산만하고 학습능률도 떨어지는 아이가 바둑을 통해 우등생으로 거듭난 사례가 늘어나면서다.바둑의 학습효과에 대해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모 의대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용한씨는 초등1학년 때 바둑을 처음 접했다. 당시만 해도 산만한 학생으로 담임 교사와 면담을 밥먹듯 했다.

 “우리아이가 머리가 좋고 호기심이 많은 아이라서 그런가보다고 위안했어요. 하지만 계속되는 선생님과의 상담과 학교에서 소란을 피워 친구 부모들에게서 항의를 받으면서 심각성을 깨달았죠. 걱정을 하다 바둑을 이용해보자고 생각했어요.”이씨의 어머니 최정선씨는 이씨를 임신했을 때 바둑으로 태교를 했다. 정서적 안정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다 상대방의 수를 읽고나 복기를 하면서 자신의 생각하는 힘이 커지고 기억력이 좋아지는 효과를 직접 경험했다.

 그런 바둑의 효과를 아들 교육에 활용하겠다고 마음먹고 당장 실행에 옮겼다. 자리에 오래 앉아있지 못하는 이씨의 특성상 한판으로 승부를 가리는 바둑이 제격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바둑에 재미를 붙여가던 이씨는 초등 3학년이 되면서 성적도 향상됐다. 집중력이 높아지면서 독서량도 늘었고 이후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줄곧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이씨는 결국 원하던 의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최씨는 “큰 아이가 바둑으로 자신의 삶을 바꾸는 것을 보고 동생도 바둑을 시켰다”며 “올해 고교에 들어간 작은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달리 부모와 대화를 자주하고 성격이 온순한 것도 모두 바둑의 효과”라고 강조했다.

 구태건(부산 모라중 3)군은 5세 때부터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현재 아마 3단인 구군은 4단 승단을 준비 중이다. 그는 당시 TV 인기 프로그램 ‘알까기’를 보고 아버지에게 “바둑이 뭐예요”라고 물어본 것이 계기가 돼 바둑을 시작했다. 그 이후 꾸준히 바둑학원을 다니며 실력을 쌓았다.

 구군의 어머니 김덕순씨는 “태건이가 바둑에서 승리를 경험하는 횟수가 늘면서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며 “그래서인지 성적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구군의 암기력은 주변에 정평이 나있을 정도다. 바둑을 두고 난 후 복기를 하는 습관이 암기실력의 원동력이다. 치과의사가 꿈인 구군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바탕으로 암기과목 뿐만 아니라 수학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씨는 이 덕분에 바둑 전도사가 됐다. “학습면에서도 효과가 크지만 무엇보다 자신감을 찾고 한층 씩씩해졌어요. 무엇이든 도전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태건이를 보면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바둑을 교육에 활용해 보세요. 분명 효과가 있을 겁니다.”

 한국의 바둑 인구비율은 전체의 20%정도다. 지난해 6월, 한국기원이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지원을 받아 의뢰한 한국 갤럽의 여론조사(전국 1510명 대상, 신뢰도 95%, 표본오차 ±2.5%)를 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바둑이 자녀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 중 90%가 자녀에게 바둑학습을 권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 응답자의 절반(50.3%)은 다른 취미에 비해 바둑이 상대적으로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둑을 배운 아이는 지능지수(IQ)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경희대 아동학과 김바로미씨는 자신의 박사논문에서 바둑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가 그렇지 않은 어린이보다 지능(IQ), 집중력(과제집중지속능력), 문제 해결력, 만족지연능력(충동을 억제하고 참는 능력) 등에서 우월하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2곳의 초등학교 68명을 7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 바둑프로그램 참여 학생 그룹(103.1→118.8)이 일반 학생그룹(99.8→109.4)보다 IQ 상승폭이 높았다.

[사진설명] 한 학원에서 초등학생들이 바둑에 집중하고 있다. 바둑을 활용한 학습효과는 크게 심리적 안정과 집중력 향상을 통한 사고력 증진을 들 수 있다.

<채지민 pd myjjong7@joongang.co.kr 사진제공="스카이" 바둑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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