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의 새 실사합성 애니 〈스튜어트 리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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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쿨 월드〉 등으로 영화팬들에게 친숙한 실사 합성 애니메이션의 계보를 올 겨울 〈스튜어트 리틀〉이 진일보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선보이며 잇는다.

소니의 CG팀 이미지웍스의 기술을 빌린 이 영화는 CG(컴퓨터 그래픽)가 단순히 작품에 색다른 맛을 더하는 '양념'에서 이제는 진짜 배우와 똑같거나 더 생생한 '디지털 배우' 의 탄생을 가능케 하는 길목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또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 중 하나인 컬럼비아가 1억5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가족 관객을 독식하던 애니메이션 왕국 디즈니의 아성에 조심스럽게 도전장을 던진 것도 관심거리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사상 1위인 '라이언 킹' 의 감독 롭 민코프를 스카우트한 것은 실사 합성이지만 아이들의 관심을 자극할 최대 관건인 애니메이션 연출 부분에 상당히 신경썼음을 시사한다.

스튜어트 리틀은 '가족'의 따뜻한 품을 늘 그리워하는 고아 쥐. 아들 조지의 동생을 만들어주려는 리틀 부부의 집으로 입양된다. 사람보다 더 감성이 풍부하고 성숙하며 고운 마음씨를 지녔건만 조지는 '한낱 쥐일 뿐인' 스튜어트를 결코 동생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때문에 스튜어트의 마음 한 구석은 늘 휑하다.

여기에 그의 입양으로 하루아침에 '쥐가 키우는 애완용 고양이' 신세가 돼버린 고양이 스노우벨의 질시와 위협으로 스튜어트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이쯤 되면 영화 중반부부터 펼쳐질 쥐의 모험담이 슬슬 짐작된다. 요트 경기를 계기로 조지와의 썰렁했던 관계를 회복하고, 스노우벨과 동네 고양이들이 교사한 가짜 생부모 소동으로 빚어진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탈출한다. 뻔한 줄거리지만 가족용답게 기승전결 구조 안에서 가슴 훈훈한 휴먼 스토리(또는 마우스 스토리)를 그려냈다.

물론 일등 공신은 디지털 캐릭터 스튜어트다. 인간의 말과 행동에 반응하는 그의 모습은 인간의 표정보다 더 섬세하다. 놀라움· 공포· 슬픔· 기쁨 등 감정 표현이 실제 배우와 애니메이션 캐릭터 사이의 이질감을 최소화했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고질라〉 〈스타십 트루퍼스〉 등 블록버스터와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 등 명작 애니메이션에서 실력을 과시한 바 있는 이미지웍스의 덕이다.

한편 캐릭터 설정은 연출력에 힘입은 바 크다. 무심하게 뱉는 인간의 한 마디에 상처받고 눈물 흘리는 감수성과 자기를 버린 생부모를 오히려 감싸안는 의젓함이 1시간 30분 동안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다.

〈식스 센스〉의 감독 M 나이트 샤말란이 각본을 썼고 마이클 J 폭스가 스튜어트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지나 데이비스 등 출연.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할리우드의 '가족용'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까지 포용하는 '가족용'이라는 점이 부럽다.
1월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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