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명사 멘토링 ① 박경철 twitter@chond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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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새 학년을 맞아 청소년을 위한 명사 멘토링 시리즈를 시작한다. 사회 각 계층의 유명 인사들이 멘토로 나선다. 연재 첫 회는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박경철(47)씨다. 촌각(寸刻)을 쪼개 쓰는 탓에 요즘 웬만한 인터뷰는 고사한다는 박씨지만 청소년을 위한 한마디를 부탁하자 기꺼이 시간을 내줬다. 7일 오후 서울 충정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글=설승은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혼자 내딛는 1000 걸음보다 1000명이 손잡고 나아가는 한 걸음의 가치’. 박경철씨의 트위터 자기소개다. 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청소년들에게 ‘함께 가는 리더십’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최명헌 기자]

-시간을 쪼개 쓴다고 들었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오전 5시30분에 눈을 뜬다. 인터넷으로 밤 사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외신 뉴스부터 찾아 본다. 6시30분에 방송국으로 향해 7시부터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광고가 나가면 9시다. 하루는 이제부터다. 집필·세미나와 강의·지방강연·방송출연 일정이 늦은 밤까지 줄줄이 이어진다. 주말엔 안동에 내려가 내 병원을 돌본다.

- 그 일정을 다 소화하려면 정말 분주하겠다.

남들이 보기에는 분주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 일상은 의외로 차분하고 규칙적이다. 철저하게 시간관리를 하는 까닭이다. 매일 하는 라디오를 뺀 나머지 일정들은 요일별로 정확히 구분해 스케줄을 짠다. 월·수·목요일엔 강연·학회·세미나·대학 강의만 한다. 화요일엔 글만 쓴다. 금요일엔 방송만 한다. 원칙을 절대 어기는 법이 없다. 내가 방송에 나온다면 ‘금요일에 녹화했구나’하고 생각하면 된다.

-멀티태스커(Multi-tasker·여러 가지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다. 각광 받는 이유가 뭔가.

이 시대가 경계를 넘나들며 여러 분야를 연결하는 능력을 요구하기 시작해서다. 예전에는 깊이 뿌리를 내리고 한 분야에만 몰두하는 종(縱)적인 사람만이 전문가로 조명이 됐다면 융합의 시대를 맞아 각 분야를 잇는 횡(橫)적인 역할도 부각되는 것이다. 물론 각 분야 전문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들이 기둥이라면 그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나 같은 사람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이는 ‘종횡무진(縱橫無盡)’의 시대가 왔다.

-다방면에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비결은.

누구라도 가능하다. 다만 자신이 가진 재능을 알맞게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게 관건이다. 사실 나는 운동도 전혀 못하고, 수십 차례나 접촉사고를 냈을 정도로 운전도 못한다. 전구 하나도 못 간다. 가족에게서 “대체 어디다 갖다 쓸꼬”란 말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잘하는 두 가지를 찾았다. 사물의 뼈대를 보고 전체를 파악하는 것과 뭔가를 분석하는 일이다. 내가 하는 많은 활동은 그 두 가지 능력에 기초한 거다.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어떻게 찾나.

호기심을 갖고 이 분야 저 분야 경험하다 보면 물리(物理·사물의 이치)가 트이는 분야를 찾을 수 있다. 책상 앞에만 앉아 있어서는 절대 알 수 없다. 자꾸 하고 싶고 재미가 느껴지고 자신도 모르게 열심히 하게 되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우연히 다가오는 찰나를 포착해라. 누구나 최소 한 가지씩은 물리가 트이는 분야가 있다. 다양한 경험을 해라. 내가 속한 곳이 아닌 분야에 도전한다는 것은 용기가 없으면 하기 힘들다. 용기 있게 담장 너머로 손을 내밀어라. 변화의 물꼬가 트인다.

-미래에 유망해 보이는 ‘저평가 가치주’ 직업군을 꼽는다면.

건설, 반도체 등 기술 관련 산업은 지금까지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자원 고갈,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등으로 성장의 한계에 부닥칠 것이다. 미래사회의 키워드는 사람이다. 어떻게 사람을 기쁘게, 즐겁게, 건강하게 할지가 해답이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까 궁리할 때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라. 구체적인 예로 엔터테인먼트·레저·코스메틱·건강관리·의학과 생명공학을 들 수 있겠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다고 들었다. 청소년기의 독서에 관해 조언해 달라.

광범위한 인문 독서를 해라. 우리 아이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부분이다. 흔히 문학이 독서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시기인 청소년기에는 잘 정리된 역사·철학·예술 등의 인문서가 더 도움 된다. 역사를 본다면 각종 문화사·예술사·풍속사 등 다양하게 봐라. 인문서야말로 창의성의 보고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영국 미술사가인 곰브리치의 책들을 추천한다. 읽는 순간에 이해하기 조금 어려울지라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 다방면의 인문독서를 통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라.

-좌절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있을 수 있다. 조언한다면.

막다른 절벽을 만났다면 주저앉아 한탄하고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뛰어내려라. 혹시 절벽 아래 나무가 있을지, 강물이 흘러갈지 모르는 게 인생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결과도 없다. 지금 사회는 성실이 성공을 100퍼센트 보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도전해보지도 않고 멈춰선다면 비겁하다. 성실이 성공을 보장하진 않지만 확률은 높여 주지 않나. 성실과 근면의 가치를 믿고 내 재능을 발휘할 방법을 고민해라.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리더의 모델을 제시해달라.

앞으로 각광받을 리더는 1등 하는 사람이 아니다. 따뜻한 마음을 갖고 주변 사람과 ‘함께’ 가는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조율하고 인간관계를 중시할 줄 아는 능력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이다. 진정한 리더는 옆에서 동료들의 손을 꽉 잡아주며 이렇게 말한다. “With me, not follow me.”

박경철씨는

1964년생. 영남대 의과대학 졸업. 외과의사이지만 대학 시절부터 경제학에 관심을 두고 공부해 경제 평론가로도 활동 중이다. 현재 TV와 라디오에서 경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집필 활동과 강연을 병행한다. 주중에는 서울에서 생활하고 경북 안동에서 운영 중인 병원은 주말에 돌본다. ‘@chondoc’이란 아이디로 활동하는 그의 트위터는 20만 명이 넘는 팔로어들을 거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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