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 중소기업과 함께 원유 비축 장비 국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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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는 석유업계의 공룡이다. 정유사들을 제외하고는 필적할 만한 곳이 별로 없다. 효율을 위해서라면 기술력을 보유한 공사가 모든 것을 다 떠맡는 게 좋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확보해주고, 보호하고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내에 동반성장추진 전담반과 중소기업지원위원회 등 전담 조직을 따로 만들었다. 단편적 지원에서 벗어나 석유개발과 비축 분야 기술·장비의 국산화를 위해 중소기업을 다양한 형태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미 성과도 나오고 있다. 2009년 중소기업인 KPHE와 협력해 비축 관련 장비인 원유펌프냉각기를 자체 개발했다. 지난해에도 해상로딩암 등 10건의 국산화 사업에 성공했다. 지난해 서산 기지에 처음 배치된 감시로봇 역시 프라임정보통신 등 9개 중소기업이 함께 개발과정에 참여해 성공한 사례다. 석유공사는 이를 통해 수입 대체로 외화 절감 효과를 거두는 건 물론이고, 중소기업들의 판로와 수출길도 열어주고 있다.

석유공사 직원들이 서산비축기지에 설치된 원유펌프냉각기를 살펴보고 있다. 이 기계는 장비 국산화를 위해 국내 중소기업과 함께 개발한 것이다.

성과공유제도 도입했다. 석유비축기지 경비용역 등 5개 분야 11개 용역에서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된 중소기업에 대해 수행실적 평가를 실시, 우수 기업은 계약기간을 2년 연장해줬다. 공사는 질 높은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중소기업은 판로와 수익을 확보하는 윈윈 게임인 셈이다.

이 밖에 중소기업의 직접 참여가 곤란한 비축기지 건설공사 등 대형 계약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참여 가점제를 시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원도급자 지위에서 직접 사업에 참여시켜 실적과 기술을 축적할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또 하도급 대금 직불 및 지급 확인제를 통해 중소기업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공사는 지난해 12월 성과공유제 우수기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해외 동반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2008년 미국의 안코(Anko)를 시작으로 2009년 페루의 사비아(Savia)와 캐나다 하베스트(Havrest), 카자흐스탄의 숨베(Sumbe), 지난해에는 영국 다나(Dana)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해외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탐사·시추·자료해석·사업성 평가 등 개발서비스 분야에서 국내 기업을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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