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릴레이 인터뷰-김학민 순천향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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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문제로 전국이 시끄럽다. 정치적으로만 풀어나가려 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입장만 고수하는 지역 이기주의로 치닫기도 한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의 전문가들에게 과학벨트 선정과 관련한 의견을 차례로 들어본다.

김학민 순천향대 교수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선정조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어떻게 선정해야 하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 후보의 공약, 즉 정치적 결정이었다. 그러나 입지만큼은 전문가들이 과학적인 지표를 만들어 4개의 후보지를 선정,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결정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충청권에 과학벨트를 만들겠다고 국민들에게 공약한 것은 정치적 결정이었다. 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입지만큼은 전문가 집단이 과학계와 기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충청권내에서 최적의 장소를 선정해야 한다.”

-천안·아산에 과학벨트 입지가 가능한 것인가.

 “21세기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은 과학과 산업이 융합되는 지역에서 일어날 것이다.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세종시-대덕-오송을 연결하는 C벨트는 대한민국의 경제규모에서 볼 때 협소하고 과학·산업 융합차원에서 볼 때도 2% 부족하다. 국가 전체의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기에는 임팩트가 부족하다. 충청권에는 대전의 과학기술 및 연구개발 기능과 청주·청원에 분포한 BT산업이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핵심 비즈니스 자원이 빠져있다. 천안·아산지역에 분포한 IT산업과 경기 남부지역에 분포한 차세대 연구개발 인력, 산업군은 대한민국 성장동력의 핵심이다. 그동안 대전이 이 지역과 분절돼 있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천안·아산은 현재 경기남부지역과 연계한 벨트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다. 경기남부-천안·아산-C벨트(세종-오송-대덕)가 하나로 연결되는 대규모 벨트화 작업이 이번 기회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핵심 산업군과 연구개발 군이 주변의 다양한 산업군과 함께 벨트로 연결된다면 폭발적인 힘을 얻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천안·아산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 할 수 있는 곳이다.”

-외국 선진 사례와 비교한다면.

 “성공한 과학벨트는 대도시 또는 혁신적인 도시 근처에 입지하고 있다. 미국의 양성자 가속기는 뉴욕 시의 롱아일랜드에, 페르미연구소는 시카고에, 일본 고에너지 가속기연구소는 동경에서 60㎞ 떨어진 츠쿠바에, 유럽공동입자물리연구소(CERN)는 국제도시인 스위스의 제네바에 있다. 지난 40년간 대부분의 과학기술단지들은 수도권이나 인구 500만 이상의 대도시권역으로부터 70~80㎞ 이상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과학벨트의 입지로서 산업과의 접근성, 국제화 여건, 정주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40여 년전 정책적인 결정에 의해 만들어진 대덕연구단지가 아직 세계적인 클러스터 반열에 오르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기남부-천안·아산-C벨트(세종-오송-대덕)는 길이가 불과 80㎞정도다. 이들 지역을 합해 벨트로 연결한다면 면적이나 인구 면에서 실리콘밸리, 루트 128, 캠브리지테크노폴, 바덴-뷔르템베르크 등 광역적인 클러스터로 성공한 지역과 유사한 규모이다.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 그리고 이를 연계하는 순환도로를 중심으로 대규모 벨트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면 국격에 맞는 세계적인 클러스터가 탄생할 수 있다.

-어떤 입지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나.

 “외국 사례처럼 과학과 산업이 만나 융합을 만들어 내는 대도시 인근에 입지한다.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생산자원이 벨트로 연결되면서 국제적인 접근성과 세계수준의 정주환경이 담보돼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정치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전적으로 과학자들과 산업 전문가, 그리고 기업인들이 결정해야 할 일이다. 첫 단추는 4월 5일자로 시행되는 특별법에 의거해 20명 내외로 구성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의 위원 선정에 있다. 전문성과 객관성을 겸비한 인사발탁으로 한국의 성장동력을 만들어 가는 밑그림 작업에 시작부터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김학민 교수=Asia Science Park Association

(아시아과학단지협회)이사(2009), 충남테크노파크 5·6대 원장,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장(2009)을 역임하고, UNESCO Science & Technology Park 컨설팅 위원 (2007-현), 국제과학단지협회 자문이사(2010-현)를 맡고 있다. 미국 University of Texas at Dallas 정치경제학 박사(1994)학위를 받고, 95년부터 순천향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글·사진=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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