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인터뷰 안 하고 시신 수습 멀리서 찍고 … 절제 돋보인 NH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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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일본 대지진 참사에 대한 일본 공영방송 NHK의 절제된 보도가 화제다. 인터넷·트위터 등에서 한·일 간 재난방송을 비교하며 우리의 침착한 보도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NHK는 11일 오후 2시46분 강진 발생 직후 자막으로 속보를 내보냈고 즉시 특보체제로 전환했다. 그리고 한 시간여 뒤에는 센다이(仙臺) 상공에 헬리콥터를 띄워 도로·주택·비닐하우스 등이 쓰나미에 삼켜지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화재 정보, 정부 발표 등을 신속 보도하면서도 과도한 공포감을 막기 위해 절제된 톤을 유지했다. 사망자 유족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고, 시신 수습 장면도 멀리서 카메라로 잡았다. 비탄에 빠진 시민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일본의 시민의식은 인류의 정신이 진화한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고 전했다.

 국내 트위터 사용자들도 NHK의 보도 방식을 주목했다. “울부짖는 사람들이 없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영상을 보여 주지 않는다” “대처가 늦어지고 있다는 불평이나 남 탓을 하는 보도를 하지 않는다” “말을 조용조용하게 한다. 기자들은 차분하게 말한다” 등의 글이 공유되고 있다.

 한국 방송사들은 상대적으로 흥분된 어조, 주관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지적됐다. NHK 자문역을 맡기도 했던 선문대 이연(언론광고학부) 교수는 “국내 일부 뉴스에서는 ‘폭삭 무너지다’ ‘쑥대밭이 됐다’ ‘휘청거린다’ ‘가라앉는다’ 등의 자극적 표현을 써 일본 현지의 보도보다 오히려 흥분한 모습도 보였다”고 말했다.

 광운대 전진호(국제협력학부) 교수는 “일본의 차분한 방송은 장례식장에서도 대성통곡하지 않는 일본인 특유의 죽음관,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메이와쿠(迷惑) 문화’ 등이 바탕이 됐다”면서도 “NHK 첫 보도에선 달리는 차가 떠내려가는 장면 등이 생중계로 잡혔지만 그 이후엔 끊어 버렸는데, 한국 방송은 해외토픽 전하듯 반복 재생해 선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KBS 네트워크부 이기문 팀장은 “NHK는 비상헬기 3대를 포함해 헬기를 총 14대 보유하고 있다. KBS와 MBC가 각 1대씩인 우리 방송사와 규모 면에서 비교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NHK 등 일본 방송사들은 지진 보도에 철저히 훈련돼 있고, 비상 매뉴얼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성향의 차이인지 일본 방송은 롱테이크(Long take·한 장면을 길게 촬영하는 것)로 천천히 보여 주는 특징이 있다. 우리도 10년 전에 비해 많이 침착해졌지만 불필요한 오해나 혼란을 일으키지 않게 보다 절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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