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66으로 도망친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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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8강전>
○·왕레이 6단 ●·허영호 8단

제7보(66~73)=허영호 8단은 최근 벌어진 한·중 단체전에서 한국 대표로 나가 구리 9단에겐 이겼고 쿵제 9단에겐 졌다. 한국랭킹 4위로서 체면은 지켰다(중국랭킹은 저우루이양 5단 1위, 셰허 7단 2위, 쿵제 9단 3위, 구리 9단 4위다). 1986년생 동갑내기 왕레이 6단은 랭킹 16위. 선발전에서 탈락해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한국이 4대 6으로 진 것은 이세돌 9단의 불참도 원인이겠지만 중국 바둑의 ‘허리’가 갈수록 두터워지고 있는 게 더 큰 이유일 것이다.

 허영호 8단이 흑▲로 슬쩍 비키며 동태를 살피자 강심장의 왕레이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66으로 달아난다. 훨씬 위험해 보일 때도 그토록 꿋꿋했던 왕레이가 왜 여기선 살짝 꼬리를 내렸을까.

‘참고도’ 백1로 두는 수는 매우 크다. 상변 일대의 백집이 50집을 넘어서게 된다. 하지만 흑이 A를 놔둔 채 2, 4로 공격해 오면 전국적으로 백은 엷어지고 흑은 두터워진다. 66은 사실 백이 진즉 받아야 할 곳을 이제야 받고 있는 것이다.

  67로 넉 점을 잡은 것은 B의 단점도 보강하는 큰 수. 한데 백 72 때 73이 심오(?)하다. 매우 엷은데도 불구하고 상변에 기어이 발을 들이민 것인데 이번엔 백이 화를 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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