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View 파워스타일] 국회의원 배은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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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63㎝ 키에 몸무게가 44㎏밖에 안 되는 가냘픈 미생물학도였다. ‘여성 이공계생의 한계’를 깨고 미국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2000년 안정적인 직장을 관두고 바이오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대표이사로 7년, 궤도에 오른 기업을 다른 이에게 넘기고 정치에 뛰어들었다. “중소기업을 대변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첫 이공계 출신 한나라당 대변인’ 배은희(52·비례) 의원이 걸어온 길은 ‘안주’와는 거리가 멀다. 그의 ‘도전 DNA’는 스타일 변천사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학 시절 청바지가 교복이던 서울대생들 사이에서 꿋꿋이 ‘공주풍 셔링’(주름 장식) 옷을 입었다. ‘마른 몸매를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좋아한 색은 핑크. 덕분에 “튄다”는 얘기 좀 들었다.

 연구원 시절에도 여성스럽고 장식 많은 옷을 즐겨 입었다. 국회의원이 돼서도 유지되던 스타일이 급변한 것은 한 국회 방호원 덕분이다. 휴일에 하늘하늘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국회에 온 그를 못 알아본 경위가 출입을 막은 게 충격이었다. 이후 무채색이나 어두운 색 줄무늬 정장을 자주 입는다. 집 근처 이태원이나 동대문시장에 자주 가지만 백화점에 갈 일이 생기면 ‘타임’ 매장은 꼭 둘러본다. ‘공주풍’에 대한 욕구는 가끔 프릴이 들어간 블라우스로 푼다.

액세서리는 종종 한다. 소중히 여기는 건 대학 입학 선물로 어머니가 주신 진주 반지와 귀걸이 ①. 당신이 쓰시던 브로치의 진주를 빼 만든 것이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새로 사주진 못해도 딸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해주고 싶으셨던 마음이 느껴진다. 이 때문인지 지금도 진주의 부드러운 느낌이 좋다.



유일하게 ‘사치’하는 품목은 지갑② 이다. ‘핑크 공주’의 본능을 샤넬·에르메스 등 핑크와 빨강 계열 지갑 4~5개로 해소한다. 딸이 사준 펜디 명함지갑은 아까워서 못 쓴다.

 ‘최신 기계’에도 사족을 못 쓴다. ‘갤럭시탭’③도 여의도에선 가장 먼저 산 축이다. 대변인으로서 속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본래 아이패드도 한국 출시 전 미국 지인을 통해 구했는데 한글이 안 되는 불편 때문에 포기했다. 그동안 ‘얼리어답터’ 기질 때문에 컴퓨터·비디오 카메라도 남들보다 먼저 손댔다. 실패작은 ‘가정용 노래방 기기’다. LP를 틀면 가사와 노래 반주가 나오는데 대중화에 실패했는지 LP판을 구할 수 없어 1년도 못 썼다. 요즘 의원실에는 리모컨만 4개가 있는데 TV, 오디오, DVD, 전자 사인보드용이다. ‘배터리의 여왕’이란 소리도 들어봤다.

 키운 지 10년 돼가는 시추 ‘멍이’ 덕에 애견용품에도 관심이 많다. 동물학대를 처벌하는 동물보호법을 낸 것도 멍이의 영향이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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