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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본 ‘대통령의 무릎’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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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소강석
목사·시인

최근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대통령이 무릎 꿇고 기도한 것에 대해 논란이 많다. 대통령은 개인이 아니라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 원수이기 때문에 무릎 꿇고 기도한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견해도 일리가 있다. 더구나 그 모습이 특정 종교계에 굴복하는 이미지로 비쳤다면 더욱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합심기도 인도자의 돌발적 행동으로 ‘대통령의 무릎’이 이슈가 된 것이다. 나도 기독교 목사지만, 개인적으로 합심기도를 인도하는 분이 대통령과 영부인은 자리에 앉아 있도록 사전에 배려를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이번 무릎 사건은 한 가지 시각으로만 봐선 안 되는 문제다. 국가지도자와 종교의 관계에 대한 ‘열린 시각’이 필요하다. 개인의 신앙 행위라는 주관적 측면도 고려해 봐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도 각자의 신앙생활을 했다. 종교가 없던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도 어느 큰 절을 지을 때 불교예식에 참여해 합장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유독 이번 사건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은 무릎을 꿇은 기도의 형식, 그리고 대통령이 교회 장로인 까닭에 기독교가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인들 무릎을 꿇었을 때 큰 파장과 논란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왜 몰랐겠는가. 그걸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릎을 꿇은 나름의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선 ‘대통령이 무릎 꿇는 것을 보고 여느 해와는 달리 이번 국가조찬기도회가 눈물이 나도록 감동적이었다’고 말하는 경우도 많다. 중요한 것은 본질과 진심이다. 대통령이 무릎을 꿇었다는 그 외면적 모습을 넘어서 그 속에 담긴 대통령의 진심을 보아야 한다. 국가지도자로서 나라를 위해 기도한다는 진정성이 있었을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믿는 하나님께 ‘낮은 자세’로 기도한다는 신앙심이 있었을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무릎’ 사건은 행사의 성격과 대통령의 신앙으로 볼 때 외양적으로 부자연스러운 장면이었을지언정 최소한 ‘충돌’이나 ‘일탈’, 혹은 ‘억지’는 아니었다고 믿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돌발 상황은 없었더라면 더 좋을 뻔했다. 그러나 너무 부정적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국가조찬기도회 주최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여과 없이 받아들여 앞으로 다시는 이 같은 돌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계는 한발 더 나아가 이 같은 논란이 일어나는 교계 바깥의 시각을 여러 측면에서 고려하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나는 목사지만 나라의 안위와 민주주의, 세계 평화 등의 대의명분을 위해서는 목사와 신부, 그리고 스님이 함께 손잡고 힘을 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신앙에 확신을 가진 사람만이 다른 종교에 대해 진정으로 마음을 열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만약에 불교신자인 대통령이 불교예식에 참석해 합장하고, 절한다 하더라도 나는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자. 지금 우리 사회는 이념·계층·지역·세대 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상대를 존중하면서 함께 어울리는 ‘샐러드 마인드’가 필요하다.

소강석 목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