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왜 어떤 사람은 쇠고기를 개고기라고 하면 얼굴이 굳어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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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우리는 왜 개는 사랑
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멜라니 조이 지음
노순옥 옮김, 모멘토
238쪽, 1만2000원

그러게. 그게 궁금했다. 책 제목에 적힌 내용 말이다. 인간은 소를 사랑하고 개를 먹고 돼지 가죽신을 신을 순 없었던 것일까. 왜 쇠고기 냄비는 잘 먹으면서 그게 개고기라고 하면 한 순간 표정이 변하는 것일까.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지은이는 실질이 아닌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몇몇 경우를 살펴보자. 필리핀에선 부화 직전의 병아리를 별미로 즐기고, 아이슬란드에선 숫양의 고환절임을 거침없이 입에 넣으며, 캄보디아에선 큰 거미를 튀겨 먹는다. 이렇듯 어떤 문화권에선 당연한 음식이 바깥에서는 혐오를 부른다. 사실 지구상의 많은 사람은 소의 젖에서 짜낸 우유를 어떻게 우리가 먹을 수 있느냐고 생각한다. 베이컨이나 햄을 먹는 일을 금기시하는 집단도 있다. 달걀을 먹는 것을 태아를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캐비아도 그렇다. 대단히 우아한 음식이라는 소리를 듣기 전에 이를 맛있게 먹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인간의 음식 기호는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지은이는 동물성 식품에 대한 미각은 후천적으로 습득된다고 지적한다.

 지은이는 우리가 소나 돼지 등 ‘식용 가능’으로 분류한 동물의 고기를 먹을 때는 살아 있는 그 가축을 떠올리며 불편해 하거나 가슴 아파하지 않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육식주의’란 개념을 제시한다. 동물을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누고 그걸 먹을 때 정서적이나 심리적으로 불편하지 않도록 스스로 인식을 왜곡시키는 인간의 행동을 개념화한 것이다.

 사실 인간은 식육공장에서 도살되고 가공되는 수억 마리의 가축을 눈으로 목격하지 않는다. 고기는 가축으로 보이지 않게 썰어지고 가공되며 포장되어 소비자의 손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현대 문명에 가려 잘 드러나 보이지 않던 인간의 육식주의 현장을 생생히 살펴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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