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 된 인재 키워야 제대로 된 명문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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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준 온양고 교장은 아산교육장 재직 당시 지역 교육 발전을 위해 힘을 쏟았다. 특히 ‘내 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나타냈다. [조영회 기자]

안성준 전 아산교육장이 최근 충남도교육청 인사에서 모교인 온양고 교장이 됐다. 안 신임 교장은 1971년(20회) 온양고를 졸업했다. 아산교육지원청 교육장 임기를 마친 안 교장을 온양고 동문회가 적극 나서 모셔왔다는 후문이다. 안 교장은 교육장 재직 당시 아산교육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온양고 동문과 학부모, 학생들이 갖는 기대가 남다르다. 명문 온양고를 진두지휘하게 될 그를 만났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모교 교장이 된 소감은.

 “솔직히 말하면 부담이 크다. 정년을 3년 6개월여 남겨두고 있다. 교육공무원으로서의 남은 임기는 신설학교에 가서 마쳤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결국, 모교이자 3년 동안 교사로 재직했던 온양고에 다시 오게 됐다. 마지막 교육 열정을 후배들을 위해 쏟을 각오를 다지고 있다.”

-동문들의 적극적인 구애가 있었다고 들었다.

 “동문이 요구한다고 인사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다. 동문의 요구에 처음엔 부담을 느껴 고사했지만 나중엔 마음을 고쳐먹었다. ‘똘똘 뭉쳐 모교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 동문들의 철석 같은 약속이 있었다. ‘그렇다면 한번 해보자’는 결심이 인사에 반영된 것 같다.”

-동문들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나.

 “(동문들이)약속한게 있으니 그렇게 되지 않겠나.(웃음) 그동안도 학교발전을 위한 동문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해마다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을 내놓는 동문들이 많다. 다만 과거와 달리 동문 출신 교장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큰 것 같다. 동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각오다. 학교가 동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고민해 보겠다.”

-평교사 시절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오랜 기간 학교 현장을 떠나 있었다. 막상 학교에 돌아와 보니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교직원 회의에서 ‘빨리 현장감을 익히도록 많이 가르쳐 달라’는 요청을 했다. 반면 교사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시스템에 놀라기도 했다. 시대는 달라졌는데 학교 경영 시스템은 그대로다.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갈 생각이다.”

-학교 경영과 관련해 원칙 같은 것이 있나.

 “나는 기본이 된 학생을 많이 길러내는 학교가 명문고라고 생각한다. 꼭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 몇 가지 만큼은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다. 온양고 출신들은 이것만큼은 확실하다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몇 가지 원칙만 정해놓고 구체적인 방법은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할 생각이다. 한번 정해진 방침은 반드시 일관성 있게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학습태도는 물론이고 부모와 스승을 존경하는 마음 같이 바른 품성을 갖도록 교육할 생각이다. 또 모두가 최고인 학생을 만들기 위해 학생 개개인을 살피도록 할 생각이다.”

-너무 이상적인 생각 아닌가.

 “‘요즘 같은 성적지상주의 시대에 무슨 바른 품성이냐’며 타박하는 학부모가 있을지 모르겠다. 이상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지극히 이기적인 요즘 아이들을 보면 더 더욱 학교가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의 아픔을 이해하고 고민할 줄 아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왔다.”

-교사들에게 특별히 당부하는 말이 있나.

 “많은 교사들이 ‘우리 반 아이들이 야간자율학습에 가장 많이 남아 조용히 공부하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오래된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에 불과하다. 교사는 다양한 학생들이 자기적성에 맞는 소질을 계발하고 이를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굳이 다중지능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각자 가지고 있는 재능이 있는 만큼 이를 스스로 발견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학교가 적절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국적으로 유명하다는 명문고도 다녀 볼 생각이다. 배울 점이 있다면 과감히 반영하겠다. 그렇다고 서두를 생각은 없다. 심도 있는 의견수렴을 통해 온양고만의 전통을 만들어 가겠다.”

-최근 아산시에서 성적 우수학생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나는 교육장 시절 누구보다 내 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에 열정을 쏟은 사람 중 하나다. 그러나 시가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교육지원청과 충분한 협의를 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교육장 재직 당시 이같이 민감한 교육정책을 신문에 나간 기사를 보고 알았다. 늦게나마 고교 교장단 회의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교육공무원으로 첫 발을 내 디디면서 평생토록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살겠다는 인생의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본의 아니게 13년 동안 교육행정가의 길을 가면서 외도 아닌 외도를 하게 됐다. 이제 정년을 3년 6개월 정도 남겨 놓은 시점에 모교에 돌아와 못 다 이룬 꿈을 이루게 됐다. 남은 교육인생을 모교를 위해 바칠 수 있다면 얼마나 영광된 일인가? 학교경영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숨김없이 공개하고 학생은 물론 학부모, 교사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 방향을 결정할 생각이다. 교육공동체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대안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안성준 교장은.

1952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온양온천초교와 온양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공주사범대와 고려대에서 수학교육을 전공했다. 모교인 온양고 등에서 평교사로 교편을 잡았고 신창중 교감, 음봉중 교장을 지냈으며, 충남도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관으로 일하다 2009년 3월부터 2년 동안 아산교육장으로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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