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의 골프 비빔밥 (9) 캐디·날씨·코스 불평 말고 ‘골프’에 집중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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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일러스트 강일구]


라운드를 해보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노력하면 뭔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나 사건을 의미한다면, 통제 불능이라는 것은 내 노력으로 결과가 그다지 달라질 리가 없는 걸 뜻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골프를 치면서 내가 어쩔 수 없는 무언가에 마음이 가는 순간 골프는 영 엉뚱한 방향으로 나간다. 마음골프학교에서는 수업을 하면서, 라운드를 하면서 ‘우리의 통제범위 안에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캐디의 성격, 캐디의 능력·태도·자세…통제 가능한가? 이미 함께 라운드를 하고 있는 동반자의 수준·태도·자세…. 통제 가능한가?

날씨는 어떤가. 골프장의 관리 상태나 구조가 내 노력으로 되는 일인가. 너무나 뻔한 물음이라 타박하지 말라. 함께 라운드를 해보면 무수히 많은 골퍼들이 마치 통제범위 안에 있는 일인 양, 그런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면서 투덜거리고 있는 것을 지겹게 확인하게 된다.

그런 뻔한 현상 말고 이번에는 좀 더 미묘한 질문을 해보자. ‘오늘 보기플레이를 해야지.’ 이건 통제 가능한 일인가. 희망이나 목표는 될지언정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인가. 그럼, 범위를 좀 더 좁혀보자. ‘이번 홀에서는 꼭 파를 잡아야지.’ 이건 가능한가. ‘이번만은 꼭 굿~ 샷을 날려야지.’

이런 것들이 만약 통제 가능한 일이라면 우리가 이토록 골프에 열광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가다 보면 마음골프학교 학생들이 심각한 얼굴로 되묻는다.

“그럼 실제 라운드를 하면서 클럽을 들고 터덜터덜 걸어 다니는 것 외에,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한 샷 한 샷을 날리는 것 외에,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다는 건가요?”

그건 또 전혀 그렇지 않다. 내 의지로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 또한 엄청 많다. 거리·높이·바람과 공이 놓인 자리의 상태, 공이 떨어지는 자리의 상태 등 상황을 면밀히 읽고 판단하는 일, 위험요소를 발견하고 목표를 정한 뒤 선택하는 일, 또 그런 능력. 그건 노력하면 할수록 좋아질 것이다. ‘집중력을 좀 더 높여야지’ 이건 노력으로 된다. 호흡을 깊게 하자! 천천히 걷자! 너무 골프에만 집착하지 말고 새 소리나 바람 소리, 풍광을 좀 즐기자! 동반자에게도 관심을 갖자! 이런 것도 마찬가지다. 내 몸뚱어리를 다스리는 일, 마음을 들여다보고 추스르는 일만 해도 바쁘기 그지없다.

골프가 아니어도 그렇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대인관계든, 일이든, 자녀에 대한 교육이든 다 마찬가지다. 통제할 수 없는 일에 자꾸 마음이 가는 사람 대부분은 정말 통제하고 노력해야 할 것들에 무심하고 게으른 사람들이다.

어떤 상황을 맞닥뜨리면 가장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노력해서 될 일인가, 아닌가’다. 우리가 보통 어른스럽다거나 주도적 인간이라 얘기할 때는 통제 불가능한 것에 대해 빨리 마음을 접고, 되도록이면 통제 가능한 것에 몰두하는가 혹은 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 아닐까.

이 봄, 제발 노력으로 안 되는 일에 매달리지 말고 어른스러운 골프를 하자.

마음골프학교(maumgolf.com)에서 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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