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만 소도시에 새 일자리 7000개 생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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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에서 일하는 미국인 근로자가 생산 라인에서 자동차 조립에 한창이다. [웨스트포인트(미 조지아주)=LA지사 신현식 기자]

“기아자동차와 더불어 내 인생이 새로 시작됐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의 기아차 생산공장에서 일하는 짐 브라운(45)의 말이다. 그는 원래 한 해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 순수익을 올리는 주택 인테리어업자였다. 그러나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후 이어진 부동산 대란에 실업자가 됐다. 일자리를 찾아 헤맸으나 허사였다. 그에게 지난해 2월 27일 문을 연 기아차 공장은 그야말로 구세주였다. 수십대 일 경쟁률을 뚫고 조립 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됐다. 기아차 공장이 들어서면서 주변에 식당과 각종 상점이 생긴 덕분에 그의 아내도 일자리를 얻었다. 이젠 딸 둘 대학 학비를 대고도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그는 “올 4월 한국에서 열리는 직원 연수에 참가하는 게 당장의 소망”이라며 “앞으로 기아차에서 계속 일하다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말 기아차 조지아 공장이 가동을 시작한 지 1년. 기아차 공장은 한국과 한국 차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최소한 조지아주에서는 그랬다.

 인식의 변화는 기아차 덕에 살아난 지역 경제에서 비롯됐다. 웨스트포인트시는 쇠락을 거듭해 인구가 1만 명도 채 안 될 정도로 오그라들었던 소도시였다. 여기에 기아차 공장이 들어오면서 자체 근로자 2000여 명에 협력업체 5000여 명 등 7000여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식당과 생활용품점 등 각종 생활 편의시설은 부가적인 일자리를 제공했다. 그 결과 웨스트포인트시의 인구는 3만5000여 명에 육박하게 됐다. 웨스트포인트 시내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다델 스렙은 “기아차 공장이 들어서면서 경쟁 업소들이 생겼는데도 매출이 15% 늘었다”며 “주변의 자영업자들도 매상이 쑥쑥 늘어나 얼굴에서 웃음이 가실 새가 없다”고 말했다.

 기아차의 혜택은 웨스트포인트 너머까지 미치고 있다. 경계를 맞댄 라그랜지시는 기아차 공장이 들어선 뒤 자영업소 수가 20% 넘게 증가했다. 라그랜지 상공회의소의 페이지 에스테스 회장은 “기아차 덕에 경제에 활기가 돌면서 시내에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고 말했다. 웨스트포인트와 인근 시민들의 기아차 사랑도 애틋하다. 이는 기아차 판매로 이어지고 있다. 라그랜지의 기아차 딜러인 토드 패리시 시장은 “기아차를 사면 지역 경제에 직접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주민들이 갖고 있다”고 전했다. 패리시는 현재 미국 전역의 기아차 매장 중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한국 문화를 미국 사회에 알리는 ‘한류(韓流) 전도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기아차 공장 구내 식당에서는 육개장이 인기 메뉴가 됐다. 공장 근처 맥줏집 ‘아이리시 비어 펍’에는 한국식 노래방 기계가 등장했다. 한국 문화 강좌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웨스트포인트=LA지사 최상태·장열 기자
사진=LA지사 신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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