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광고 안 줄여 국민 동의 어려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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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KBS가 제출한 수신료 인상안이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에 상정됐다. 2007년 11월, 국회에 KBS 수신료 4000원 인상안이 상정됐다가 폐기된 뒤 3년4개월 만에 다시 국회에서 논의하게 된 것이다.

 이번 인상안은 KBS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500원으로 40% 올리는 내용이 골자다. 여야 문방위 간사인 한나라당 한선교,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4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합의처리키로 한다”고 약속한 뒤 인상안을 안건으로 올렸다. 그러곤 국회 문방위 소속 석영환 전문위원으로부터 검토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석 위원은 검토보고에서 “KBS가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면서 상업재원인 방송광고는 줄이지 않는 것은 국민적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KBS가 수신료 인상 근거로 제출한 사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석 위원에 따르면 KBS는 수신료를 현행대로 유지하면 2010~2014년 4539억원의 누적 적자가 난다고 주장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548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보는 등 큰 차이가 나서 회계전문가의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KBS는 디지털 전환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미 확보된 예산도 집행하지 않으면서 수신료 인상을 통해 디지털 전환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면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석 위원은 판단했다. KBS는 ‘디지털전환특별법’ 제정(2008년) 이후 확보된 디지털 예산을 매년 41%, 81% 정도씩 소극적으로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KBS가 자구노력으로 인력감축계획을 제시했지만 실제 인건비는 늘어나 있다”며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부호를 찍었다.

 석 위원은 이어 “KBS가 공영방송의 정체성 확립을 이유로 내세우면서도 상업재원인 방송광고의 축소를 전제로 하지 않아 상호 모순된다”며 “광고비중의 축소가 전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민적 동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2007년의 수신료 인상안처럼 뉴스나 교양 프로그램의 일부 광고라도 줄여나갈 것을 공식적으로 밝혀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도 회의에서 “KBS가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광고를 폐지 또는 축소하는 문제가 본질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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