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죽이겠다고 전화로 협박 … 불러 준 대로 서약서 써 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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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끊겠다” K영사 서약서(左), “아들 조심 … 18세기” 덩의 협박문(右) 상하이 총영사관의 K 전 영사가 덩신밍의 협박에 못 이겨 작성했다고 밝힌 서약서(왼쪽)와 덩이 그에게 저급한 표현과 함께 ‘조심하라’는 경고성 어투로 쓴 한국어 편지. [연합뉴스]


“제 사랑은 영원히 변치 않습니다. 제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벌금 6억원을 드리고 제 손가락 하나를 잘라 드리겠습니다.”

 스캔들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상하이 총영사관의 K(기획재정부 출신) 전 영사가 덩신밍(33)에게 썼다는 서약서 내용이다. K 전 영사는 9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그 여자가 우리 아이들과 나를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러 준 대로 써 준 것”이라고 말했다. K 전 영사는 “나는 덩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적이 일절 없다”며 “지난해 10월 중순 덩과 H영사에 대한 투서 사건이 발생한 뒤 두 사람이 나를 투서자로 오해했고, 그때부터 내가 H영사 부인과 불륜 관계라고 길거리에 전단지를 뿌리며 음해했다”고 말했다.

-각서는 왜 썼는가.

 “덩이 집까지 전화해 아이들 사진을 갖고 있다.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두려워 만나자고 했더니, 그런 각서를 요구했다. 써 주면 해결될 걸로 생각했다. 나는 살아 보려고 한 일이다. 유출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덩씨와 ‘부적절한 관계’란 얘기도 있었고, H영사와 덩을 놓고 싸웠다고 하는데.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 내가 H영사와 덩의 관계를 안 것은 투서 사건이 터진 뒤다. 왠지 H영사는 자신의 부인과 내가 바람이 났다고 오인했고, 일방적으로 H영사로부터 폭행당한 적은 있다. 덩을 놓고 싸운 일은 없다.”

-덩은 어떤 사람이고, H영사와 어떤 관계인가.

 “상하이(上海)에서 파워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두 사람은 정말 사랑하는 사이인 것 같다.”

-덩을 어떻게 알게 됐나.

 “내가 2008년 부임하면서 이삿짐이 세관에 걸렸을 때 당시 경찰 담당 영사(강모씨·퇴직)로부터 덩을 소개받았고 덩이 문제를 해결해 줬다.”

-밀수하다가 걸렸다고 하는데.

 “이삿짐센터에서 다른 사람과 짐을 합쳐 오는 바람에 초과 이삿짐으로 문제가 된 것이다. 밀수가 전혀 아니었다. 말도 안 된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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