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미·일의 TPP 에 대응할 전략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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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정인교
한국협상학회 회장

최근 들어 지역주의에 대한 세계 주요국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동아시아 지역주의 형성에 대응하고, 미국 기업에 유리한 통상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아태 파트너십 협정(TPP·Trans-Pacific Partnership)’ 가입 협상을 올해 하반기에 타결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간 나오토 행정부는 TPP를 제2의 개국(開國)으로 간주하고 6월 말까지 협상 참여를 확정 지을 예정이다.

 미국과 일본의 TPP 참여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먼저 개방적 통상정책 추진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TPP라는 점이다. 신자유주의 반대를 주요 정책노선으로 채택해 2008년 대선에서 승리한 오바마 행정부가 여러 가지 처방을 내놓았지만 경제실적이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시장중시 정책으로 돌아선 것이다. 일본 역시 폐쇄적인 경제시스템으로 인한 정치·경제적 문제가 적지 않고 뒤처진 지역주의 참여를 일거에 만회하기 위해 TPP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동아시아 경제통합 논의에서 이미 주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은 ‘아세안+3(한·중·일)’ 형태의 동아시아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재시동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또 중국이 우리나라와의 FTA 추진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기존 중·아세안 FTA에다가 한·중 FTA를 추가함으로써 외형상 동아시아 FTA 및 더 나아가 지역경제통합을 주도해 나가려는 중장기 전략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이처럼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지역주의가 진전될 경우 미국은 위상 약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전략적인 배려로 미국은 지난해부터 러시아와 함께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있으나 중국의 부상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역시 아세안+6 등의 제안으로 물타기를 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중국의 지역주의 정책이 향후 미·일의 TPP 추진에 상당한 변수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일 고위 정책담당자 사이에서는 중국의 부상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 TPP 추진의 가장 설득력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중국의 움직임은 앞으로 미국과 일본의 TPP 추진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미·일이 TPP 추진에 다시 높은 관심을 보임에 따라 국내에서도 TPP에 대한 대응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가장 효율적인 TPP 대응방안은 올해 중 EU 및 미국과의 FTA를 발효시키고 FTA 활용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될 것이다. 특히 미국과의 FTA는 높은 경제효과 외에도 한·미 동맹 및 한반도 안보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므로 조기 이행이 필요하다. 미 의회와 행정부에서 비준 논의가 활발한 이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한·중 FTA, 동아시아 지역주의, TPP를 하나의 큰 틀 속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단계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근 EU와의 FTA 협정문에서 발견된 단순오타를 지나치게 정치쟁점화하고, 한·미 FTA 협정문 한글본에 대한 부당한 의혹을 제기하는 등 반시장세력들은 FTA 비준 반대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1000페이지가 넘는 협정문 번역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단순실수를 핑계 삼아 협정 전체를 매도하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

정인교 한국협상학회 회장(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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