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투자 ABC] 미국 운송지수 보면 세계증시 흐름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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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미국 다우산업지수는 말 그대로 물건을 생산하는 업체로 구성된 인덱스다. (생산에 기여하는 금융업종도 포함돼 있긴 하다.) 물건을 만들었다면 소비자 또는 다른 생산자(가공업체)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업체가 있어야 한다. 이에 해당되는 업체가 바로 운송업체다. 이들로 이뤄진 인덱스가 다우운송지수다.

 찰스 다우의 ‘다우이론’은 생산업체로 구성된 다우지수와 화물을 실어 나르는 운송업체로 구성된 다우운송지수의 주가가 경기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가정한다. 앞서 말한 대로 경기가 좋을 때는 생산과 운송이 같이 좋아지고, 경기가 나빠지면 생산과 운송은 같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다우 이론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찰스 다우와는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A라는 생산자(다우산업지수)가 PC를 만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PC는 출하(생산품을 시장으로 실어내는 것)될 것과 재고(창고에 남는 물건)로 나눠진다. 운송업체 B(다우운송지수)는 A가 만든 PC 중에서 재고가 아닌 출하된 제품을 실어나르는 일을 담당한다.

 생산자는 미래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일정부분 재고를 쌓아두는 경향이 있다. 반면 운송업체는 재고 부담이 없어 제조업체보다 경기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그러므로 주가 전환점에서는 운송업체 주가가 제조업 주가보다 빠르거나 의미 있는 시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다우산업지수는 내려가는데 운송지수가 올라간다면 결국 올라가는 운송지수가 내려가는 산업지수를 같이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주가 전환점에서는 운송지수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

 상반세기(1900년~1950년)까지는 미국운송지수(예를 들면 미국철도지수) 시가총액 비중이 제조업보다 컸기 때문에 운송업체 주가와 주식시장이 거의 유사하게 움직였다. (대공황 이후 운송업체 시가총액은 점차 감소했다.) 산업지수가 주 가 되어야 운송지수의 보조지표 역할이 빛날 수 있는데 상반세기는 미국 주식시장(S&P500)과 미국철도지수에서 별다른 아이디어를 찾기 힘들다.

 하지만 하반세기(1950년~현재) 이후로 가면 다우운송지수에서 트레이딩과 추세를 판단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발견된다. 시장대비 제조업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1982년 바닥에서도 운송지수는 산업지수보다 덜 밀린 상태에서 바닥이 형성됐다. 1970년 바닥 때와 2000년 고점에서도 운송지수의 시세가 먼저 움직였던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세계증시는 2월 18일에 고점을 쳤고 우리 증시는 1월 27일에 고점을 쳤다. 1월과 2월의 고점을 언제 다시 탈환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미국 증시에서 운송지수가 보다 강하게 올라간다면(이번에는 유가가 떨어져야 운송업체 주가가 가볍게 올라갈 수 있다) 이번 주식시장 하락이 빠른 속도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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