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 안으로 우주선이 들어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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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알루미늄이 사용된 하이클린 먼지봉투.

삼성전자의 센스 시리즈9 노트북과 필립스전자의 아키텍 면도기. 공통점은 항공우주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센스9 노트북에는 두랄루민, 아키텍에는 카본파이버(탄소섬유)가 각각 쓰였다.

 항공기와 우주선에나 쓰이는 최첨단 소재가 전자기기에도 채택되고 있다. 극한의 상황을 견디는 소재인 만큼 내구성이 뛰어나고 가볍기 때문이다. 테크노마트 양승원 홍보팀장은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내구성이 좋은 소재의 전자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이득이기 때문에 가정에서 자주 사용하는 전자제품일수록 그런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테팔의 스팀다리미 ‘울트라글리스 이지코드’도 마찬가지다. 항공우주소재인 세라믹을 다리미 열판에 사용했다. 마모와 긁힘에 강한 세라믹을 사용함으로써 섬유와의 마찰력을 최소화해 미끄러지듯 쉽고 빠른 다림질이 가능하다고 테팔 측은 설명했다. 온도가 높을수록 더욱 잘 미끄러져 보다 쉽게 옷감을 다릴 수 있다.

 독일 가전업체 밀레가 판매 중인 S5 프리미오 진공청소기에 들어가는 하이클린 먼지봉투에도 이 같은 소재가 사용됐다.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난 알루미늄이다. 이 먼지봉투는 두 겹의 외부 표피층을 비롯해 총 9겹의 필터 층으로 제작됐다. 봉투 안으로 들어온 먼지는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유리조각 등 예리한 물체가 봉투 안으로 들어와도 찢어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흡입력은 떨어지지 않는 게 장점이다.

 밀레코리아 윤일숙 마케팅팀장은 “진공청소기를 사려는 주부들의 구매 기준이 화려한 디자인에서 내구성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말했다. 항공우주소재는 밥솥에도 쓰인다. 생활가전기업 리홈은 밥솥의 내솥에 티타늄 소재를 사용했다. 내솥에 티타늄을 한 번 더 도금 처리함으로써 내솥이 긁히거나 이로 인해 도금이 벗겨지는 현상을 방지했다. 부식이나 변질 없이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다. 또 내솥의 외측에는 골프공 표면과 같은 올록볼록한 딤플 디자인을 적용해 열전도율을 높였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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