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최빈국에 "식량달라"구걸하면서 거액들여 외국 교향악단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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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최빈국에까지 식량을 구걸하는 북한이 전세기까지 동원해 외국 관현악단을 초청, 공연을 연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 김정은이 동평양대극장에서 러시아21세기 관현악단과 만수대예술단, 삼지연음악단의 합동공연을 관람했다고 7일 보도했다. 이 공연은 북한 내 고위층과 외교관 부부가 함께 관람했다.

이날 공연을 위해 북한을 찾은 러시아 21세기 교향악단은 123명이다. 이들은 1일 평양에 도착했으며 9일 러시아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는 이와 관련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교향악단을 초청하기 위해 특별기를 러시아로 직접 보내고, 체류 비용도 전액 북한이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특별기를 포함해 총 초청비용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특별기로 러시아를 왕복하면 유류비만 10만달러 이상 든다"고 말했다. 따라서 체류비용과 초청비용 등을 모두 합하면 수십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앞서 러시아 21세기 관현악단은 2009년 8월30~9월10일(11박12일)과 2010년 4월26일~5월4일(8박9일) 등 김정일의 초청으로 두차례 평양에서 공연을 했다.

북한은 지난해말부터 전세계 해외공단관에 '모든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식량 80만t을 도입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구상에서 최빈국으로 분류되는 아프리카의 짐바브웨(1인당 국민소득 200달러) 등에도 식량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소식통은 "서방국가들은 북한이 거액의 돈을 들여 공연을 하면서 최빈국에까지 손을 내미는 행동은 식량이 정말 필요해서라기보다는 '강성대국 건설' 등 정치적인 이유로 식량을 구걸 중인 것으로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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