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명 북송은 대북 삐라 270만 장 보내는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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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송환을 둘러싼 남북한 기싸움이 이어지면서 우리 당국의 합동신문 내용과 북한으로 돌아가 주민들이 받게 될 조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 떠내려온 북한 주민 31명은 인천해역방어사령부(인방사) 예하 시설에서 생활하며 신문을 받았다. 일반 탈북자들은 서울 대방동 합동신문시설인 ‘대성공사’에서 조사를 받는 게 관례다. 한 관계자는 “대부분 북한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주민들을 국가 보안시설에 체류케 하면 탈북자 수용 절차 등이 유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문 항목에도 유의한다. 북한으로 돌아가 남한 내 생활에 대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우리 기관의 신문 기술과 전략 등이 새나갈 것이란 우려에서다. 정보가 유출되면 탈북자를 위장한 간첩을 걸러내기 어려워진다.

 북한 주민들은 북송 이후 국가안전보위부 등 공안기관으로부터 혹독한 신문을 겪게 된다고 관련 탈북자들은 전한다. 일단 격리 수용된 뒤 남한 체류 기간만큼 지내며 하루 하루 겪었던 일들을 일자·시간대별로 고스란히 토해내야 한다. 머문 시설과 남측 합신 관계자의 신상 등 듣고 본 모든 것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과정도 거친다. 몇 차례 반복을 통해 정확도를 높이고 거짓 진술을 가리는 절차도 통과해야 한다. 다른 주민들의 남한 내 언동 등에 대해서도 상호비판과 고발을 해야 한다. 합신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주민들은 북송 이후 트집 잡힐 말과 행동을 피하려 극도로 조심한다”고 말했다.

 이런 절차를 넘어선 뒤 이른바 ‘남조선 물빼기’ 작업이 시작된다. 자아비판과 김정일 혁명역사 교육, 사상교양 등의 프로그램이다. 특히 이번에는 북한 주민들이 TV로 이집트·리비아 등의 민주화 혁명 소식을 봤기 때문에 이의 확산을 막기 위한 강도 높은 교육이 이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송 주민 27명은 대북전단 270만 장과 맞먹는 폭발력이 있다고 간주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정부, 북한 표류주민 합동신문

▶ 보안 유출 우려해 탈북·귀순자 시설과는 별도 장소에 수용

▶ 신문 항목·방법 등 북에 새나가지 않게 귀순자 조사와는 다른 질문

▶ 관광·산업시찰 등 과시형 행사보다는 TV뉴스·드라마 시청 등

▶ 과거 귀순 유도에서 최근에는 ‘탈북자 위장간첩’ 등 대공용의점 중점

북한, 귀환 주민 ‘물빼기’ 조사

▶ 격리 수용돼 남한 생활 날짜·시간대별 토해내는 방식

▶ 다른 주민의 남한 내 언동 고발·상호비판에 초점

▶ TV시청·발전상 등 남한에서 접한 기억 털어내기 조사

▶ 집중 조사 끝난 이후에도 ‘간첩활동’ 여부 등 지속적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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